시훈이의 기말시험 공부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시훈이가 기말고사를 본다. 아홉 과목을 본단다. 어제는 선생님이 시험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점심시간에 아이들에게 축구를 하라고 하셔서 축구도 찼단다. 그런 여유로운 풍경이 남아있는 동네다. 그게 마음에 든다.
시훈이는 지난 주 내내 공부를 하기 싫어하며, 레고를 만지작 거리거나, 동생하고 부쩍 친하게 놀았다. 토요일 건희네가 휴가를 온 김에 네 집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한참을 놀았는데, 밤새워 놀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아쉬운 것 같았다.
오늘 첫날 시험을 보고나서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모양이다. 오늘 저녁까지도 동생하고 놀 궁리만 했다. 그래서 내일 시험 공부는 흉내만 내다가 자러갈 모양인가 싶었다. 10시경에 시훈이 방이 조용하여 자러 갔나 문을 빼곰히 열어보니 열심히 공부 중이다. "자러 안가?" "마저 공부하고." "언제까지 할 건데?" "한참 더." 지금 글을 쓰는 동안에 11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자기 방에서 공부하고 있다.
오늘 자기반 어진이란 애한테 몇시까지 공부했나 물어보았나 본데 그 애가 11시까지 공부했다고 하니까 자기도 11시까지는 공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신통해서 특별히 만원을 주었다. 시훈이는 그 돈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5천원만 달라고 말했지만 그냥 다 줬다. 시험과 관련해서 내가 시훈이에게 돈을 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내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시험이 끝나면 모아놓았던 용돈을 가지고 단골로 다니던 중국음식점에 들러 점심으로 항상 자장면을 먹었다. 그 집은 화교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정말 그 맛이 일품이었다. 나는 시험이 끝나면 그 집에서 먹는 자장면 때문에 시험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보다 더 맛있는 자장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시훈이에게 그 돈을 주면서 시험이 끝나면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고 했다. 시훈이가 뭘 사먹을지 모르겠지만 가장 맛있는 것을 사먹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험의 고통보다도 그 후의 즐거움을 더 오래 기억하기를 바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