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2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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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제

목요일, 금요일 이틀 연속 민사고 학생들의 축제인 민족제 전야제와 민족제를 구경했다.
 
2학년인 14기가 주도한 이번 행사는 알찬 내용으로 기존 행사하고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전야제 때는 체육관 입구에 포토월을 만들어 놓은 것이 신선했다. 작년에는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파티옷이나 할로윈 복장을 한 학생들이 친구나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마치 영화제의 스타들처럼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여장남자 선발대회는 작년도 우승자인 우성묵의 화려한 춤, 1학년 각 반을 대표하는 출전자들의 현란하거나 귀여운 댄스로 후끈한 열기를 더해갔다.
 
무대 위로 자리를 옮겨 각 동아리별로 준비한 노래와 춤이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점심 때까지도 목발을 하고 차를 태워달라던 의철이는 신기의 솜씨로 비트박스와 로봇댄스를 하였다. 마지막 공연이라는 2학년 학생들은 그래서인지 저녁도 굶어가며 혼신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성에 차지 않은 학생들이 기숙사로 돌아가며 입장할 때처럼 포토월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나는 늦은 밤에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대신 그 퍼포먼스의 여운을 음미했다. 박서린처럼 사진을 목빼고 기다리는 학생을 위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밤1시까지 졸면서 사진을 올렸다.
 
 
어제 민족제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예년의 세 배쯤으로 풍성했다. 아침을 먹고 다산관으로 내려가는데 학생들이 뭔가를 박스에 담아 내려가길래 세 명을 차에 태워 특별히 충무관 앞쪽으로 돌아가서 내려주었다. 날씨가 쌀쌀해서 추울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개막행사 즈음해서부터는 포근해졌다.
  
카메라를 갖고 다산관을 나서는데 학생들이 나에게 선물한 장미꽃을 배달해주었다. 반 아이들이 단체로 선물한 17송이를 포함해서 28송이. 내가 얘들한테 주어야하는데, 오히려 받는 것이 이상했다. 대신 사진이나 흠뻑 찍어줘야지.. 그 장미꽃을 소품으로 빌려주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민족제 사상 처음으로 무대와 레드카펫을 만들었다. 전날 다산관주차장 한쪽에 불쑥 올라와있는 것이 무엇인가 궁금했었다. 그 무대 위에서 대취타가 오프닝을 했고, 심지영이 걸그룹보다 멋진 축하 공연을 했다. 이어 가장 행렬, 오케스트라의 연주, 사무침의 사물놀이가 있었다. 무대가 좁아 사진을 찍는 것이 불편했지만 무대 아래서 의자에 올라서거나 무대로 올라가 많은 사진을 찍었다.
 
공연이 끝나고 각 부스별로 음식 준비와 행사 준비로 부산한 모습을 스케치하듯 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좋고 학생들이 잘 차려입어서인지 사진이 멋있게 나왔다. 특히 이번에는 여름전에 마련한 삼성PL150카메라로 이쁜 학생들과 셀카 찍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번에도 카메라 두 대의 메모리와 배터리가 동날 때까지 찍게 되었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 지나가던 학생들이 남았다고 전해준 순대와 교사용으로 준 티켓으로 컵라면을 사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점심을 먹는 잠깐 동안에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잘 나올 것 같아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마다해서 안타깝게 사진을 못 찍은 경우도 있었다.
 
다산관과 충무관 사이의 나무벤치에서 한껏 한가롭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학교에서의 마지막 가을을 아쉬워하는 히피스타일 3학년 학생들이 통기타 반주에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작년에 3학년들이 그렇게 할 때 멋있어 보였나보다. "너희들 작년에 12기가 여기서 그렇게 노래 부를 때 부러워서 따라하는거지? 작년에는 국제애들이었는데 올해는 국제애들 원서 마감하느라고 민족애들뿐이구나." "국제도 있어요!" 이런 내막은 올해 처음 학교에 오셨거나 민족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선생님들은 잘 모르실거다. 나같이 섬세한 감각을 갖고 있어야 알아챌 수 있다는거 ^^
 
끝까지 책임감있게 부스를 정리하는 학생들을 대견스레 바라보다가 3시경에 소강당으로 갔다. 음악제와 방송제. 소강당은 1,2,3학년 학생들로 꽉 찼다. 재주꾼들이 많고 무대매너들이 좋다. 방청객들의 호응도 뜨겁다. 하필 이때부터 카메라 메모리와 배터리가 다 되가지고 안타깝게도 멋진 장면을 많이 놓쳤다. 짧은 노래 공연이 끝나고, 민족제의 마지막 하일라이트인 방송제 차례다. 하일라이트라는 것은 사실 방송반 아이들이 하는 말이고, 나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내심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부터 화면이 나오지 않고, 화면과 소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계속 흐르자 "역시 기대할 게 없겠어" 조금만 보고 나오자 하는 간사한 마음이 낮에 먹은 순대모양의 꽈리를 틀었다.
 
그런데.. 멋진 반전의 추리극, 몇 편의 기가막힌 단편과 막간 광고들. "어느 것을 기대하든 그 이상"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기발한 상상과 탄탄한 시나리오, 전문가 못지 않는 촬영과 편집이 관객을 숨쉴 사이도 없이 휘어잡았다. 귀한 시간을 내서 참석한 3학년들도 연신 감탄의 탄성을 질렀다. "방송반 멋있다!" "나도 방송반 하고 싶다!"
 
대체,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다시 세대가 변한 것인가? 노래, 춤,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가 곧 이들의 일상이 된 것 같다. 이전 세대들이 방송에서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터넷으로 유통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11기가 3학년일 때 내가 학생들과 휴대폰으로 문자를 처음으로 주고 받으며 세대의 변화를 느낀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난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언제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우리반 최정훈, 조현재, 나의철 등이 여름 방학 때 댄스를 배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오래 공을 들여 준비했을 것이다.  
 
들어간지 3시간 20분만에 소강당을 나오면서 알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이 아이들의 잠재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체육관의 전야제에서부터 소강당의 방송제까지. 1박2일 동안 소사리 깊은 산골을 뜨겁게 달궜던 이야기들은 메아리처럼 넓게 퍼져 말하는 사람들도 믿지 못할 동화가 될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 몇 장과 동영상 몇 분이 작은 증거가 될 것이지만 이 역시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14기와 15기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형종   2010-10-30 (토) 18:24   [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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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맞아! 특히 이번 민족제에서 처음으로 내 교실을 사용하게 되었어. 길용진이 접이식침대(시체가 누워있을 용도!)를 보고 내 교실을 빌리자고 했지.  3층이어서 인기가 없을지 알았는데, 제법 많은 학생들이 흥미진진하게 참여했고. 내 교실에서 열린다고 다산관에 차려진 부스 중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게 되었어. 가영이가 정답을 맞췄다고 환호성을 지른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지. 서린이도 열심히 잘했어. 전야제 앨범의 첫 사진은 불후의 명작이고 ㅋㅋ
2010-10-31 01:28  
박형종   그리고 보물찾기!! 내 교실에 숨겨놓은 보물에 대한 힌트가 "시훈아~"였고, 보물은 "김아중의 마리아"라고 적힌 쪽지였지.
2010-10-3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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