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요즘 시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술래잡기다. 보물찾기도 하자고 몇번 졸랐는데, 밤에 보물찾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일이 될 것 같아 낮에 하자고 미뤘다.
오늘 신입생전형 덕분에 30분 일찍 퇴근하면서 시원이가 분명 같이 놀자고 졸라댈텐데 뭘하고 놀까 고민이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저녁 먹고 시훈이가 아내와 함께 머리를 깎으러 간 사이에 한동안 거실에서 혼자 놀다가 같이 놀자며 서재로 들어왔다.
자기가 만든 쪽지 중에 한 장을 고르면 그 뒷면에 적어놓은 왕자, 왕비, 공주가 되는 놀이를 하다가, 내가 왕이 되고 자기가 신하가 되어 음식을 만들어 주는 놀이를 하였다.
그때 시훈이와 아내가 들어왔는데 구세주가 왕림하는 기분이었다. 시훈이가 내 대신 시원이를 맡아서 노는 사이에 나는 아내와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셨다.
저녁에 아내와 마끼야또를 즐겨 마시지만 오늘은 간단하게 에스프레소만 뽑아 마셨다. 설탕을 넣지 않은 쓴 에스프레소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양치질을 다시 하기 싫어서 설탕을 넣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는 서재로, 아이들은 안방으로 들어가면 성공인데, 그 직전 시원이가 술래잡기를 하자고 졸라댄다. "오빠가 머리깎고 오면 술래잡기 하기로 했잖아!" 아~ 어떻게 이런 것은 잊어먹지도 않냐고..
그래서 세판만 하고 자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시원, 시훈, 나 차례로 한번씩 술래를 했다. 밤에 집에 있는 전등을 다 끄고 술래잡기를 하는 것은 어른인 나에게도 스릴이 있다. 시원이는 덩치가 작아서 항상 맨 끝에 찾아내게 된다.
술래잡기 세판을 하고 아이들은 "안녕히 주무세요"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자기전에 한동안 자기들끼리 무슨 말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들과 집 뒷골목에서 술래잡기를 했던 것이 제일 즐거웠던 것 같다. 밤이 늦도록 술래잡기를 하며 온 동네를 뛰어다녔었다. 그때는 큰 길을 다니는 버스를 빼놓고는 동네에 차도 없던 때라 마음껏 뛰어다녀도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뛰어다니는 것 이외에는 달리 놀만한 것도 없었다.
그때와는 시절이 많이 변했건만 여전히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 녀석들이 크고 30년이 지난 뒤에도 술래잡기를 좋아할까? 자기의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내가 오늘 느꼈던 것과 같은 스릴을 느낄까?
그러기를 바란다. 그런 느낌은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각되지 않기를 기도하는듯 자그마한 숨 소리조차 죽이고 있는 아이 옆에서, 나 또한 이 녀석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발각되기를 기도하며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