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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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생일

퇴근하는데 날이 어둑어둑하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자동차의 MP3에서는 분위기에 맞게 la mer의 반주곡이 나왔다. 프랑스의 샹송으로 바닷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노래다. "니모를 찾아서"란 애니메이션의 엔딩에 나오는 노래가 이 곡을 영어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지난 토요일이 내 음력 생일이었다. 음력 9.9라는 숫자가 양력 10.22보다 특별해보여 마음에 들지만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것이 불편해서 바다소에는 양력을 기념일로 해놓았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계속 음력 생일을 챙겨먹을 것 같다.
 
내일 16기 면접이 있다. 이제 15기도 후배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바로 내일이면 입학전형 도우미를 하면서 미리 예비 후배들을 만나게 된다. 뚜벅뚜벅 자기가 가야할 길을 가면 좋겠다. 준비가 부족하면 떠밀리듯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훈이가 내일 중간시험을 본다. 공부라봐야 저녁먹고 하루 한시간 정도 하는게 고작이다. 점수나 등수에 연연하지 말고 즐겁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다.
 
며칠전에 안방에서 아내와 시원이가 실랑이를 벌였다. 시원이는 장롱에서 자기 담요를 하나 꺼내달라고 징징거리며 졸라댔고, 아내는 더 이상 어지럽히지 말고 이미 꺼내놓은 담요  한개만 갖고 놀라는 것이었다.
 
나는 서재에서 십여분이나 지속되는 그 소리를 듣다가 결국 안방으로 가서 그 담요를 꺼내주었다. 즉 시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어차피 이왕 현기증날 정도로 어지렵혀진 거실이 그 담요 하나 더 꺼내놓는다고 별로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었다. 시원이는 언제 징징거렸냐는듯이 그 담요를 들고 거실로 나가 자기의 인형들을 그 위에 눕혔다. 그리고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다 놀고는 이쁘게 접어서 다시 갖고 들어왔다.
 
당연히 아내는 내가 담요를 꺼내준 것을 못마땅해 했다. 그래서 안방에 남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이야기들은 큰 소리가 날 휘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감정은 자제하고 합리성에 근거해서 이해를 구하는 식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그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한다. 혹시 엄마 아빠가 싸우나 싶어 시원이가 안방에 들락날락거렸지만 어느 상황에서건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부드러운 말을 건넨다.  
 
40중반이면 옛날같으면 손자를 볼 나이일 것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지금 사는 것은 덤이다. 오늘 내가 한 말이 아이에게 마지막 유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산다. 상처가 될 말, 후회할 말. 그런 말을 자기 삶의 맨 마지막 순간에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일 것이다. "너가 내 옆에 있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언제가 맨 마지막일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 이 말을 하고 싶다.
박형종   2010-10-20 (수) 23:39   [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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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고맙습니다~ 교육자라고 하시니 쑥스럽습니다. 단지 3년 동안 옆에서 같은 길을 걸어가는 길동무, 말동무가 아닌가 싶네요. 
2010-10-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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