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일요일, 긴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집에서 계속 뒹굴거리다가 산책을 나가려고 보니 시훈이 자전거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언제 없어진 지도 몰랐다. 누군가 훔쳐간 것인데 이번이 두 번째다. 앞으로 새 자전거는 아파트 현관 앞에라도 들여놓아야 겠다.
추석 전날 인천에 가서 추석 때 차례를 지내고, 금산으로 가서 하루 자고 올라왔다. 인천갈 때 덕평휴게소에 들려 먹을 걸 사며 잠시 구경하고, 인천에서는 비가 무척 많이 오는 시간에 롯데마트에서 쇼핑을 하였다. 금산 가는 길에 평택의 홈플러스에서 점심을 먹고, 올라오는 길에 청주 이마트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등을 테이크아웃으로 사서 차를 운전하며 먹었다. 국도변의 무조건 천원에 판다는 옷가게를 들러 시훈이 옷을 다섯벌 샀다. 국도로 다니면 이렇게 쉬면서 다양한 구경을 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은 오랜 시간 차 안에 있으면서도 DMB tvN채널의 "남녀탐구생활"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거했다.
2박 3일의 여행 이외에는 원주의 집에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내 집만큼 좋은 곳이 없다. 아내만 빼고는 아이들도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네살 차이인데 놀다가, 싸우다, 울다가, 웃다가, 또 각자 레고와 종이 접기 등을 하며 지루해 하지 않고 집에서 종일 잘 지냈다. "톰과 제리"를 한 편 본 것 빼고는 낮에 텔레비전도 별로 보지 않았다.
나는 서재를 재배치하고, 베란다 화분을 정리하고, 위성방송 접시 안테나를 떼는 등 한 동안 숙제로 남겨 놓았던 일들을 하루에 조금씩 했다. 한편으로는 바다소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였지만,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몸을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추석 연휴가 그렇게 끝나고 오늘은 학교에 출근하여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지냈는가를 물어보곤 했다.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퀴즈를 보거나 해서 힘든 일과가 시작되었는 데도 학교 생활이 그렇게 싫지는 않은 눈치다. 무엇보다 친구들을 만나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퇴근하는 차 안에서 저녁 먹고 아이들과 무얼할까 한참 생각을 해보았다. 뭔가를 하긴 해야 겠는데, 막상 그게 무엇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근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저녁을 먹는 사이에 시훈이가 먼저 밥을 다 먹고는 미니탁구대를 거실로 갖고 와서 탁구를 하자고 했다.
탁구는 참 오랜만이다. 물론 시훈이가 내 상대는 되지 않지만, 몇 게임을 하고, 탁구 요령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시훈이는 아내하고는 22대 22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아마 내일도 시훈이가 탁구를 하자고 할 것 같다. 오늘은 거의 21대 2 수준으로 이겼지만, 내일은 또 다른 게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