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비가 많이 온다. 작년 캠핑 때는 비 때문에 힘들었다. 텐트를 치고 뿌듯한 마음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오니 그새 설마 비가 오랴하고 환기를 시킨답시고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가 들이쳐 텐트 안이 홍건히 젖어 있었다. 첫날부터 젖은 침낭을 덮고 자야했다. 또 한번은 태풍 때문에 인근 지역이 물에 잠긴 적이 있었다. 차를 타고 모구리로 돌아오는 곳곳에서 교통 통제를 하여 먼 길로 돌아야만 했다. 모퉁이를 돌아 언덕을 올라가려 했을 때 헤드라이트에 비친 차바퀴의 반 이상을 채우며 쏱아져 내려오는 물에서 공포를 느꼈다. 그 물에 쓸려내려오는 큼지막한 돌멩이들처럼 내 차가 휩쓸려갈 것만 같았다. 그대로 올라갈 것인가? 다시 빙 돌아 가야 할 것인가? 그 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길이 너무 무서웠다. 야영장에 돌아오니 대부분의 캠퍼들이 대피소로 피하고 적막감이 돌았다. 나는 그 때 가족들은 대피소로 보내고 홀로 남아 텐트 안에서 잤다. 무서운 바람이 밤새 내 텐트를 흔들었지만, 나는 버너에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마시며 홀연히 그 태풍을 견뎠다. 그 바람이 그만큼이나 힘들어었던 시간을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오늘 비는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텐트 안은 현재까지는 멀쩡하다.
낮에 제주공항으로 장인, 장모님을 배웅나간 김에 공항을 구경하였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착륙한 비행기에서 짐을 꺼내는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흥미로웠다. 청주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도 우리는 한참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공항을 나서며 마치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내린 것처럼 사진을 찍었다. 그럴 날도 있을 것이다. 공항을 나서며 특산품점에서 제주감귤로 돌하르방 모양으로 만든 쵸코릿을 샀다.
그 다음에는 교육박물관을 들렀다. 교육박물관은 무료이고 한번은 볼만하다. 아내는 옛날 교복을 빌려 입고 추억의 사진을 찍어보는 코너를 좋아했다.
이마트에서 저녁에 화로에 구워먹을 삼겹살을 사서 얼른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에 큰 비를 만나기도 했지만, 길을 돌아올 정도는 아니었다.
바비큐테이블의 가운데에 화로를 놓고 숯불을 피웠다. 근데 삼겹살 몇 조각에서 이렇게 많은 연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비 때문에 출입구를 닫은 텐트 안에 금새 연기가 찼고 눈이 매웠다. 차라리 아내와 시훈이가 원하던대로 크라제버거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고기를 구워먹고 싶다고 고집을 피웠던 시원이가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는 것이다. 그 화롯불에 감자와 옥수수도 구워먹었다.
저녁을 먹고 시훈이와 시원이는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텐트 안에서 선생님 놀이를 하며 놀았다. 4살 차이인데도 둘이 노는 모습에는 별 차이가 없다.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텐트 안에서 글을 쓰고 있자니 그늘막텐트의 치맛단이 바람에 나부꼈다. 텐트 안에서 약하게나마 무선인터넷이 잡혀 이렇게 편하게 글을 쓴다. 텐트를 때리는 빗방울도 굵어지는 느낌이다.오늘밤에는 그 시끄러운 광경도 잠에 취한 내 눈꺼풀을 깨우지는 못할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