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아트뮤지엄 아침에 비 쏟아지는 소리가 텐트를 뚫고 들어와 귀를 간지럽혔다. 어렸을 때 비오는 날에는 다락방에서 자는 것을 좋아했다. 빗방울이 지붕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어느 자장가보다도 달콤했다.
아이들과 텐트 안에서 묵찌빠와 가위 바위 보 등을 하며 뒹굴거리다가 냉동피자를 해먹으려고 일어났다. 어제 삼겹살을 구워먹었던 판에 이번에는 피자를 올려놓았다. 피자는 타고 대충 익었지만 그래도 캠핑에서는 꿀맛이다. 그 판에 옥수수와 쥐포도 올려서 굽는다. 사각볶음팬을 놓고 와서 어제 대용으로 8천을 주고 산 팬 하나가 많은 기쁨을 준다.
나는 작년 5월 초 연휴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캠핑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텐트 하나만 있으면 되는지 알았는데, 작년에만 캠핑 장비를 장만하는데 180만원 정도를 썼고, 올해는 약 90만원 정도를 들였다. 캠핑장에 와보면 이런 정도는 약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제는 별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는 되었고, 내가 작년에 그랬듯이 캠핑초보들이 보면 부러워할 것이 많을 것이다.
캠핑 장비를 잘 갖춰 좋을 때는 오늘과 같이 비가 올 때다. 텐트(코베아 휴하우스2)와 그늘막텐트(캠프타운 엘파소300A)를 결합해놓으니 그 안에서 잠자고 밥을 해 먹고 생활하는데 별 불편이 없다.
비가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할 무렵 비가 그쳤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늦은 시각에 근처에 있는 트릭아트뮤지엄으로 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댔다. 입구에 들어설 때는 "평일에 올 것을.." 하고 후회하였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더 재밌다는 느낌도 갖게 되기 때문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명한 그림들을 재밌게 비틀어놓은 그림들을 배경으로 다양하게 사진을 찍었다. 제주도에는 이런 특이한 박물관들이 많아서 짧은 동선으로 여러 개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박물관 구내 까페에서 아이스크림과 에그따르트를 먹고, 사파리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니 어느덧 저녁 먹을 때가 되었다. 오늘은 야영장에서 꾸물대다 늦게 나오니 한 군데 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어차피 급할 것도 없다. 이렇게 느긋하게 무계획적으로 지낸다는 것이 이번 캠핑의 컨셉이다.
표선의 하나로마트에서 얼음과 떡볶이 재료를 사서 야영장에서 해먹었다. 저녁을 먹으려니 비가 온다. 제주의 일기는 시도 때도 없이 변한다. 테이블과 의자를 텐트의 처마 밑으로 옮긴다. 저녁을 먹고 나니 아이들이 많이 피곤한지 일찍 자러 들어갔다.
나도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바비큐테이블과 벤치의자, 작업등을 텐트 안으로 넣어놓고, 텐트의 재크를 채운다. 편안한 일요일 밤이 이렇게 저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