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시험 시훈이가 오늘본 4과목을 모두 백점 맞았다고 자랑했다. 시험점수가 궁금한 애는 남으라고 했는데, 자기를 포함해서 몇 명이 남아 점수를 확인한 모양이다. 나는 "대단한데!!"하고 칭찬해주었다. 올백맞으면 엄마가 터미널의 놀이센터에서 2시간 놀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오늘은 시험공부도 안하고 일기를 쓰고 있길래 물어보니 일기를 안쓰면 금요일에 청소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올백도 좋지만 금요일에 청소하기는 싫은 것이다. 일기를 쓰고나서 한 시간 정도 내일 시험볼 4과목 공부를 하고 평소와 같이 9시에 자러 들어갔다.
이곳 원주에도 시험을 위해 새벽 5시에 아이를 깨워 공부시키는 집도 있는 모양이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며칠전에 시훈이가 아빠 학교다닐 때 올백 맞은 적이 있냐고 해서 한번도 없다고 했다. 나는 시훈이가 시험기간에 어느 정도 공부하는 습관을 갖기를 바라지만 시험과 올백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으면 한다. 평소에 놀면서 조금 공부하다가 시험 때 조금 더 공부하는 스타일이라면 적절할 것 같다.
오늘 학교에서 우리반 학생들의 1학기 성적표를 나눠주었다. 이맘때면 민사고에 와서 처음 받아보는 성적표에 많은 학생들이 실망하고, 힘들어 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편하지 않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선배들도 다 그런 시련을 거쳐 성숙해지고,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고 현명하게 준비했는가이다.
박사학위 발표도 시험이라고 한다면 내 경험으로는 30살까지 시험을 쳤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더 이상 내게 시험은 없다고 선언했을까? 운전면허 시험만 빼고.
고1 이라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을 시험과 지내야 할 것이다. 그 황소와 같은 시험을 잘 구슬려서 친하게 지내는 요령을 터득하길 바란다. 해답은 자기 안에 있다. 교정을 산책하며, 자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