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가는길 몇 년전 서울 나들이 갈 때는 지하철역에서 나눠준 종이 지하철노선도를 꼭 지갑에 넣고 갔다. 대학과 대학원 다닐 때 서울에서 7년을 살았지만, 멀미를 잘해서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했기 때문에 서울 지리에 까막눈이다.
그런데 세상이 좋은게 나같은 까막눈을 위해 여러 장치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네비게이션 덕분에 차를 타고 가도 걱정이 없다. 단, 네비게이션이 GPS와 연결되기 전까지는 도로 한켠에 정차해 있거나 주변을 빙빙 돌게 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내일 교보문고 강남점을 가는데,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이다. 우선 버스 멀미를 덜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KOBUS에서 인터넷으로 자리를 예약한다. 전날 밤에 예약하는 것 치고는 두 번째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운이 좋다. 돌아오는 편은 맨 앞자리다.
경부고속터미널에 내리면 어디로 가야하나, 핸드폰의 지도서비스로 위치를 검색한다. 그리고 네이버에 가는 방법과 시간 소요가 얼마일지를 물어본다.
이렇게 컴퓨터와 핸드폰을 써서 대략 몇분 만에 원하는 답을 모두 얻었고, 예약을 순조롭게 끝냈다. 요즘을 가히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넘어 정보통신(IT)시대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청동기 시대에는 청동검을 쓰는 것이 지배층의 특권이었지만, IT시대에는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나 같은 사람도 IT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과학 발전의 덕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일 교보문고에 가는 이유는 수천년 동안 인류가 정보를 전달해온 방식인 종이책을 살펴보고, 구매하기 위한 것이다. 전자책과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기기들도 나오고 있지만 왠지 책은 종이책이 더 편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왜 그럴까? 앞으로도 그럴까?
책을 만져볼 때의 촉감과 볼륨감과 무게감, 한번 휙 넘겨볼 때 순간적으로 얻게 되는 전체적인 인상, 여백에 자기 글씨로 메모를 남길 수 있다는 점, 햇빛에 반사된 활자가 주는 시각적인 편안함 등등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전자책이 영원히 종이책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내 서재 한켠에 조용히 서 있는 종이책들을 한번 둘러본다. 그 중에는 대학 다닐 때 매달 어머님이 보내 주신 12만원의 생활비 중에서 방값 5만원을 내고 남은 돈의 절반을 털어 산 책들도 아직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사할 때마다 골치덩어리였던 그 책들이 오늘 따라 무척이나 반갑다. 고맙다 책들아, 내 곁에 있어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