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우리학교에서 가장 독특한 장소를 꼽자면 엘리베이터 안이다. 보통 학교 건물은 5층 이하로 짓기 때문에 학생들이 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12층짜리 기숙사 건물 꼭대기에 식당이 있기 때문에 나는 아침, 점심 하루에 두 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다.
(방금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이 멋있는 첫 골을 넣었다. 축하^^)
엘리베이터의 탑승 정원은 약 15명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운좋은 3% 정도의 학생들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를 만날 수 있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 학생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그 상황에 적절한 한 두 마디의 멘트를 날린다. 대개 가벼운 유머다. 처음에는 어색함을 없애려고 그랬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서 지금은 힘든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 격려하기 위해 그런다.
10년간 그렇게 실력을 다져서 그런지 지금은 일류 개그맨 수준의 애드립을 지녔다고 자부한다. 내 목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실컷 웃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무슨 말을 들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뒤끝없는 웃음이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거의 대부분 금새 잊어버린다.
(멕시코가 동점골을 넣었다. 흥미진진하다.)
근데 이제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해서 웃음을 끌어낼 수 있게 된것 같다.
오늘 저녁 퇴근 때의 일화 한 토막.
2학년 여학생 세 명이 수업을 마치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기숙사로 올라간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힘든 모습이다. 이럴 때 나는 더욱 에너지를 집중하고 참견하고 싶어진다.
뭔가를 발견해야 하는데.. 그런 속마음이지만 짐짓 무심한듯 여학생들 옆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려한다. 학생들이 인사한다. 그들 중 한 명이 빽빽한 문장들이 씌여져 있는 유인물을 한 손에 들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침, 그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학생: 해도 잘 안돼. 내가 머리가 안 좋은 건지, 이게 어려운 건지.. 에휴~
드디어, 건수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끼어든다. 사실 내 말의 톤은 그냥 들어도 웃긴 면이 있다.
나: 참..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세 여학생 웃음)
나: 그냥 속 편하게 후자라고 생각해.
(세 여학생 더 크게 웃음)
나: 머리가 안 좋지는 않을거야~
(세 여학생 자지러짐)
난, 이렇게 세 마디만 했다.
학생들은 방금전보다 가벼운 걸음으로 기숙사로 올라갔고, 나도 즐겁게 차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