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어준 예명 학생들에게 예명을 지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명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며칠 동안 창작의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고, 우연히 어떤 모습을 보고 즉흥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제는 내 교실에 놀러 와서 앉아 있다가 화장실에서 물이 복도로 넘치는 모습을 처음 발견하여 큰 피해가 일어날 뻔한 것을 막아준 세아에게 아르테미스라는 예명을 지어주었다. 이름이 '아'로 끝나고, 아르테미스가 물의 여신이기 때문이다.
정원의 예명을 짓는 데 주말 동안 고생하고 일지를 다시 읽어보는 등 머리를 쥐어짜다가, 우주를 사랑하고 별을 (내 수업에서 받는 별도!) 좋아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우주스타, 태리에게는 물을 이름 사이에 넣어서 '큰 물리를 하고 크게 성공하라'는 의미로 태물리, 로켓을 타고 화성에 가는 것이 꿈인 가빈은 이름과 비어있다는 의미를 담아 (김가)빈로켓, 수업 시간에 별 문제 풀 시간을 더 달라며 잠시만요를 외치는 진아에게는 잠시만, 예명을 달라고 떼를 쓰던 유영후에게는 계산 실수했을 때 자기를 돌아보기에 좋은 철학적인 예명인 (이름의 유와 후 위치를 바꿈) 후아유, 홍지연에게는 미키마우스의 귀여움과 도시적인 시크함이 어울리는 레드마우스, 빌 게이츠처럼 컴퓨터 코딩을 잘하는 장민준은 장츠, 핑크색을 좋아하는 보배는 핑크다이아몬드, 지구 자전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고 계산 실수한 재윤에게는 빛맨, 깜박하고 수업 예고편을 못 봤다는 병준에게는 학생들이 나를 빡형이라고 부를 때의 빡을 넣어 앞으로 깜박하지 말고 깜깜한 어둠을 물리치자는 깜빡, 지효에게는 잇하다(유행에 민감하고 센스 있고 매력적이다)라는 신조어를 활용한 잇지요, 등등 지금까지 20여 명에게 예명을 지어주었다.
다음은 또 누구에게 멋진 예명을 지어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