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4 밤이 되자 모처럼 비가 많이 온다. 아파트 앞 개울에서 물소리가 우렁차다. 장마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온도가 높은 데 습해서 더 덥게 느껴진다.
어제와 오늘, 17년 동안 쌓이기만 했던 서재 베란다를 정리하고 있다. 선반 랙을 놓을까 했지만 답답할 것 같아 포기했다. 대신 6개의 수납 상자를 사서 기존의 수납 상자 위에 쌓아 두었다. 잡동사니들을 분류하고 정리하기에 앞서 일단 모든 것을 베란다에서 방으로 옮겼다. 그 작은 곳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는지. 어제는 유리창을 닦고 아내에게 부탁해서 빈 바닥도 청소했다.
오늘은 아침에 바다소의 예명 프로그램을 다듬었다. 잠깐이면 될 줄 알았는데 3시간이 걸렸다. 내용이 간단하기 때문에 만들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것을 작은 팝업 창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아내와 거실 베란다에서 아침을 먹었다. 올해 집에서는 처음으로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셨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서재 베란다를 정리하기에 앞서 에어컨 배관 커버를 보수할 필요가 있었다. 에어컨을 설치한 지 8년이 되니 냉동 테이프와 단열재가 삭고 떨어져서 구리관이 노출되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해질 무렵 작업하기로 하고 그 사이 베란다 아지트에 몇 가지 자잘한 업그레이드를 했다. 특히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파라솔을 놓은 것이 마음에 든다. 이 좁은 공간도 얼마나 생각하느냐에 따라 엄청 달라질 수 있다.
관리실에서 사다리를 빌려 에어컨 배관을 새 단열재로 감싸고 냉동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3시간 걸려 어두워지기 전에 끝냈다. 이런 작업에는 2층이 딱이다.
결국 서재 베란다 정리는 다른 날로 밀렸다. 저녁 먹고 서재 리클라이너에서 글을 쓰는데 눈이 저절로 감겼다. 시훈이 방 베란다 1인 소파로 자리를 옮겨 큰 물소리를 들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번 주말도 알차게 보냈다. 오늘은 몹시 피곤하지만 내일은 더 나은 환경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