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6월 삼성카메라 PL150을 항상 갖고 다닌다. 가끔 이야기가 될만한 사진도 찍지만 그것을 편집하고 글을 써서 매거진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오늘은 날씨가 무더웠다. 아침에 충무관 앞을 지나가다가 야외 테이블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을 보았다. 그 모습이 정다워서 사진을 찍었다. 태엽이하고는 셀카모드로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 카메라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기능이다.
아마 태엽이가 바다소에 사진을 올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많은 사진들처럼 그냥 하드디스크의 파일로 보관되어 수 십년 동안 묵히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토요일 밤 11시 반의 한가하면서도 피곤한 시간을 바다소에 글이나 쓰면서 날려버릴 일도 없었을 것이고.
고3의 6월은 이상하다. 보통 힘들고 괴로우면 시간이 잘 가지 않는 법인데, 고3의 6월은 몹시 힘들고 괴롭지만, 시간이 매우 빨리 간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의 순간을 남기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튼 이 사진은 태엽이의 말 한마디로 바다소에 올려지고 남게 되었다. 나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학교 고3의 6월을 생각할 것이다. 그들의 타는 속을 내가 잘 알리야 없겠지만, 무더운 녹음 아래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정겨운 모습은 그래서 더욱 오래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