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2 날씨가 좋다. 어디 놀러 다니기에도 좋겠지만 집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지난 토요일에는 베란다에 세 개의 선반랙을 설치했는데 오늘은 8개의 수납함을 사서 짐을 담아 선반에 놓거나 버렸다. 아내와 아침 9시 반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냈다.
집을 정리하는 것은 바다소를 디자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만큼 좋아진다. 사실 모든 게 그렇다. 자신의 꿈과 인생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답을 겨우 찾을 수 있을까 말까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대충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낮에는 함흥냉면을 먹고, 저녁에는 손짜장을 먹었다. 둘 다 오래된 맛집인데 서두른 덕분에 한 발 차이로 대기를 면할 수 있었다. 저녁 먹고 시원이를 버스터미널로 마중 나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한지테마공원에 주차하고 주변을 산책했다. 원주에서 25년째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를 둘러보니 마치 다른 도시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인테리어가 훌륭한 카페에서 커피, 휘낭시에, 스콘을 테이크아웃 하여 테마공원 계단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좋으니 계단에 앉아만 있어도 유명 관광지가 부럽지 않았다.
집에서 아내, 시원이와 티타임을 하고 아파트 근처를 산책했다. 아침에도 걸었던 길이지만 밤에 걷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사람들은 더 들떠있고, 노란 불빛은 신기한 이야기가 밤새 이어질 것 같은 따스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집에 들어와서 시원이에게 부탁해서 베란다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집 차고에서 창업하는 전통이 있는데 나는 개인 차고가 없으니 베란다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 될 것 같다. 새로 꾸민 베란다에서 멋진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