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와 물리심화반 지난 2년 진학실장을 하면서 물리심화반 수업을 담당하지 않았다. 올해 모처럼 물리심화반을 맡았다. 물리를 좋아하는 1학년 학생들 6명이다. 물리의 난이도로 따지자면 3학년이 배우는 고급물리보다도 수준이 높다. 오늘은 두 명이 도민체전 준비 등으로 빠져서 김희준, 박준호, 이호진, 황교선 이렇게 네 명이서 수업을 했다. 학생들이 자기가 자신있는 해석역학 문제를 발표하는 식이다.
서로 자기가 발표하겠다고 한다. 왠지 예전보다 더 재밌는 것 같다. 중학교 때 소집되어 물리심화를 공부하던 시절에 비하면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하기는 많이 벅찰 것이다. 그래서 천천히 무리없이 나가려고 한다.
어제 준호가 바다소에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나도 함께 마시려고 오후까지 일부러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진한 커피향 때문인지, 에스프레소의 부드러운 크레마 때문인지 어려운 물리 문제가 더 잘 풀리는 느낌이었다. 두 잔만 뽑으려다가, 네 잔을 뽑아서 같이 마셨다. 호진이는 맛있다며 단번에 마셨고, 교선이는 첫 모금에는 쓰다고 하다가 두 번째 모금에서는 단맛에 놀랐고, 희준이는 내가 말한대로 두 시간 동안 마시려고 아껴 먹으면서 맛있다는 감탄을 열번쯤 한 것 같다.
문제를 푸는 중간 중간에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한 모금의 에스프레소를 놓고 몇 시간씩 까페에 죽치고 앉아 있는 이유 등등 커피에 관련된 이야기와 노하우를 몇 가지 말해주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쉬는 시간에 쉬자는 말도 없이 두 시간 내내 문제를 풀고, 발표하고, 토론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의 위력이랄까? 그것을 앞에 놓고 있으니 문제 푸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 같았다. 즐거운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다음주에도 에스프레소를 뽑아주기로 했다. 학생이 몇 명 안되고, 일주일에 수업이 한번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교실을 나서면서 벌써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눈치들이다.
처음에는 쓰고 점점 달콤해지는 에스프레소. 어려운 공부도 그러한 맛으로 느껴지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