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학생과의 에스프레소 한잔 방금전 담임시간에 에스프레소를 두 번 뽑아서 제일 일찍 온 송현석, 김지민, 고인영과 함께 마셨다. 다들 맛있다고 했다.
현석이는 다 마시고, 혹시 커피에 우유를 섞는 메뉴는 만들지 않느냐고 주문했다. 현석이다운 말이다. 현석이는 바다소에 대해서도 주간계획서에 이러이러한 기능을 넣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었다. 월간스케줄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그가 말한 것을 반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지만, 좋은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지민이는 요즘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한결 밝아졌다. 한 모금 밖에 안되는 것을 단숨에 마시다가 제지 당하고, 커피잔을 잡는 품격에 대해서도 핀잔을 들었지만, 맨 바닥에 남은 뻬르세 설탕을 스푼으로 떠 먹으며 좋아했다.
인영이는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 다른 팔로 맛있다며 마셨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다 마신 다음에 설정샷을 한장 찍었다. 어제 아침 검도를 갔다오다 기숙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넘어졌는데, 왼쪽 팔의 인대가 늘어났다. 왼쪽 팔인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어머님이 밤 늦게 짙은 안갯속을 뚫고 오신 모양이었다. 모정이란.. 내가 헤아리기 어려운 깊이를 지닌 것 같다.
한쪽에서는 영어 퀴즈 공부하며 떠들고, 다른쪽에서는 숙제 프린트하고, 교실 바닥 청소하는등 굉장히 어수선한 담임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커피가 있어 향기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고 칸막이 한 켠에 서서 지켜본 반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더욱 정감있게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