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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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간

주말이 끝나가는 일요일 저녁이다. 매주 그렇듯이 저녁 먹기 전에 인천에 있는 어머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은 애들 키우며 하루 한 끼를 걱정하던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은 일주일이 왜 이리 빨리 가냐고 내게 물으셨다. 나는 조금 살기 편해지셔서 그런 것 아닐까요?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웃기만 했다.

저녁을 먹는데 시원이가 기말시험이 코앞이고,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시간이 빨리 간다고 했다. 어린 사람이나 나이 먹은 사람이나 시간은 빨리 가는 모양이다. 나도 언제부턴가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꼈다. 가장 시간이 느리게 가던 시절은 중학교, 고등학교 때 무서운 선생님 수업 때였는데, 그 후로는 시간이 점점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시간이 간다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맛있는 음식이 순식간에 사라지듯이, 즐거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그래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사진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숙명처럼 피할 수 없는 빠른 시간의 흐름을 사진기는 잠깐 멈추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2007년부터 14년째 바다소에서 많은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했는데, 내가 만든 최고의 프로그램은 시간기록이다. 그것은 사진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기록하고 드러낸다. 그것은 또한 내가 시간기록을 하며 꿈을 위해 노력할 때는 마치 뗏목을 타고 계곡물을 내려올 때처럼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어차피 무엇을 해도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끔찍한 상황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반대로 하루 중에서 매우 의미 있게 보낸 시간은 바다소의 시간기록과 함께 한 시간이다. 나는 어머님의 나이가 될 때까지도 바다소에 시간기록을 하며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에게는 그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뗏목을 타고 급류를 내려오는 스릴 넘치는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빠르기는 하지만 그만큼 즐겁다.
박형종   2021-12-05 (일) 20:2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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