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1894개  
새 레이아웃 1 2021-04-19 박형종
시험기간 6   [2] 2021-04-17 박형종
슈퍼 MPT 4 2021-04-15 박형종
작은 변화 2 2021-04-12 박형종
슈퍼지능 6 2021-04-09 박형종
⊙ ◁ [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 ... [379] ▷ 
시험기간

거의 모든 학교가 시험기간이다. 시험기간은 힘들다. 내 학창 시절을 되돌아봐도 그랬다. 나는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집에 오는 길에 혼자서 중국집에 들러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사장님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중국말로 대화하는 오리지널 중식당이었다. 요즘도 아이들에게 짜장면이 인기지만 당시는 외식문화가 덜 발달했던 때라 짜장면은 우리 같은 서민들이 결혼 피로연 또는 졸업식 때나 먹던 최고의 음식이었다. 달걀 프라이가 하나 올라가 있는 짜장면을 맛있게 먹으며 시험으로 지친 몸과 정신을 달랬다. 시험을 잘 봤던 못 봤던 짜장면은 꿀맛이었다.

왜 4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 가장 놀기 좋은 때에 시험기간이 있는지 모르겠다. 시험 자체가 필요한 지도 의문이다. 나는 시험이나 수행평가 같은 것이 없으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재미없는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시험점수로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한다는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시험점수가 몇 점 낮다고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학교의 시설과 운영시스템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40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좋아졌지만 시험제도는 거의 변화가 없다.

왜 학교와 정부는 시험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교실붕괴, 청소년 범죄, 사회적 혼란, 문맹률의 증가, 국가 경쟁력 약화 등을 걱정하기 때문일 거다. 당장은 그런 이유들 때문에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는 곤란하겠지만 시험 없는 학교를 한 두 학교에서 운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이 없다면 교실은 어떻게 바뀔까? 학생에 대한 평가는 마치 현대의 각박한 세계에 지친 사람들이 차가운 금속 느낌의 디지털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회귀하듯이, 디지털인 시험점수에서 아날로그인 정성적인 서술로 대체될 것이다. 학생별로 정성적인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교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고, 수시로 학생에 대한 기록을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무엇보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고, 그런 과정이 수월하도록 수업을 잘 설계해야 하며, 수업 진행과 기록을 위한 적절한 도구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시간을 내어 매일 기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들을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 적절한 훈련,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엄청난 프로젝트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기술이 주도하는 4차 혁명 시대에는 대학도, 기업도 결국 그런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시험 없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성적표가 없는 고등학생을 보면 대학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성적표가 없는 대학생을 보면 기업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도, 기업도 깜짝 놀라야 한다. 깜짝 놀라지 않는,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을 준비하지 않는 대학이나 기업들이 얼마 못가서 사라진다는 것은 놀랍지도 않은 흔한 뉴스가 될 것이다.

저녁 먹고 시험이 열흘 정도 남은 시원이의 공부를 조금 도와주었다. 저녁 식탁에서 시원이는 힘든 시험공부를 위해서는 시험 후에 어디 놀러갈까를 미리 정해놓아야 한다며 그것을 주제로 한참 이야기 했다. 짜장면 한 그릇으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아무튼 시험을 치는 모든 학생들이 그런 계획이라도 짜면서 이왕 보는 시험을 즐겁게 준비하고, 시험 후에는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박형종   2021-04-17 (토) 23:21   [2]   인쇄
김민수 류나은 박성민 정현우 조현아 노준영님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다음 글 《 새 레이아웃 》 박형종

이전 글 《 슈퍼 MPT 》 박형종
박성민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죠? ㅎㅎ 저도 지금 중간고사 기간인데, 이제 한과목 남았네요ㅋㅋ
스승의날때 민사고 오랜만에 가보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코로나때문에 오지말라고 하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언젠가 한번 친구들이랑 찾아뵙겠습니다!!

2021-04-19 00:57  
박형종
박형종 박성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코로나가 올해도 계속 힘들게 하는 것 빼고. 매주 월요일, 목요일 두 번 코로나 검사받고 있어. 시험 끝나고 재밌게 잘 즐겨~
2021-04-24 15:37  
박성민
 

박형종님의 댓글에 대한 댓글

*작은 이야기의 댓글은 편집자가 인증할 때까지 발행대기상태로 웹에 보이지 않습니다.
 
구독 79명
바다소 인텔리전스 BI
바다소 인텔리전스(BI)는 바다소 서버를 매개로 발전하는 인간지능을 뜻합니다. 그것은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정신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 멋진 지능들의 동맹인 바다소 인텔리전스 동맹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바다소 인텔리전스 BI   사진   FAQ
박형종 - 바다소 인텔리전스 BI   동영상
알로하~ 하와이 인사말에서 배우는 현대의 스트레스와 불안 해소법 | 박형종 2026.8.31 스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