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플랫폼 바다소는 지난 13년 동안 꽤 발전했다. 오늘은 저녁 때 레이아웃과 플래너의 디자인을 바꿨다. 작업하는 도중에 마침 시원이가 서재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러 왔길래 살짝 달라진 바다소를 보여주었다. 그 김에 금요일 저녁이라 피곤한 모습으로 리클라이너에 앉은 시원이에게 짧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원이는 최근 바다소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졸업생에게 흔히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아직도 바다소를 하느냐는 질문이다. 나는 유쾌한 웃음으로 그렇다고 말해주지만 조금 딱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 바다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회원가입도 하고 간혹 로그인도 해보았겠지만 그 후로 긴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룻밤 사이에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디자인도 확 달라지는데 낡은 사진 속의 바다소를 어렴풋하게 떠올리고 있을 뿐이다.
내가 오늘 시원이에게 해준 말의 핵심은 바다소 플랫폼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바다소가 유튜브나 페이스북, 네이버 같은 거대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자기를 발전시키는 데는 좋은 플랫폼이다. 더하기를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가령 하루에 100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에 하나를 더 해서 101개를 외우는 식은 어리석다. 세상에는 200개를 외우는 사람들이 널렸고, 500개를 외우는 괴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경쟁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100 더하기 알파를 해야 한다. 여기서 알파는 100과 같은 성격이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 즉 곱하기가 되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100개를 외우는 데 100분이 든다면 1분을 들여서 한 개를 더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1분을 알파를 하는 데 써야 한다. 가령 바다소 시간기록 버튼을 누르거나, 내일 일정을 기록하거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한 줄 메모하는 것인데, 1분이면 충분하다.
알파 플랫폼은 당연히 오락적인 성격이 아니라 발전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알파 플랫폼에서 쓴 1분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누적될수록 강력해지고, 우연하고 복합적인 상승효과를 나타낸다. 누적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대략 2년 정도가 필요하다. 우연하고 복합적인 상승효과란 이를테면 시간기록 버튼을 누르기 위해 바다소에 로그인 했다가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마치 우유를 사러 대형마트에 갔다가 집에 돌아 올 때는 계획에 없었던 것들까지 쇼핑백 한 가득 사서 오는 것과 같다. 즉, 알파 플랫폼이란 우연하고 복합적인 상승효과에 의해 플러스알파를 곱하기로 바꾸어주는 마법 플랫폼이다.
바다소는 자기계발을 위한 알파 플랫폼이다. 바다소는 우연하고 복합적인 작은 플러스알파 효과를 일으킨다. 매일 똑같은 플랫폼에 들어서는 것 같지만 플랫폼 자체가 발전하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는 사람처럼 조금씩 더 빠르게 발전한다. 나는 바다소 플랫폼의 건설자이면서 수혜자다. 다리를 만들면서 강을 건너고 있는 셈이다. 지난 22년간 100에 1을 더하는 대신에 알파를 더하는 식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이런 알파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플랫폼을 활용해서 100에 더 큰 알파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100에 1을 더하는 쉬운 선택을 하지 말고 1 대신에 알파를 더하는 방법을 궁리하라. 그러려면 눈앞에 보이는 1만큼의 편리함, 1만큼의 이익을 포기하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훨씬 적은 알파를 얻는 데 써야 한다. 그렇게 더한 알파는 훗날 틀림없이 곱하기로 나타난다. 나는 바다소가 얼마나 많은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내는 지 강 건너 편에서 유유히 지켜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