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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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팝콘기를 주문한 날 커피 로스팅하는 기계와 에스프레소머신, 커피 생두도 함께 주문했었다.
나는 에스프레소와 인연이 깊다. 20년전 프랑스에 유학갔을 때, 연구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면 필수 코스가 식당 옆의 까페를 들르는 것이었다. 자그만 잔에 나오는 에스프레소는 쓰기만 했다. 이게 무슨 커피야 했지만, 각설탕을 두 개 넣은 단맛으로 위안을 삼으며, 그 한 모금도 안되는 커피를 앞에 놓고 우리는 한 시간도 넘게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차츰 나는 에스프레소와 사랑에 빠졌다.
프랑스를 떠나서 1995년 한국에 왔을 때는 서울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파리에 대한 향수는 에스프레소 만큼이나 진했다.
생활은 팍팍했다. 집에 40만원짜리 아이젠소 에스프레소머신을 들여놓은 것은 2008년 2월이었다. 한 겨울 베란다에 파벽돌을 붙이며, 꽁꽁 언 손을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의 열기로 녹였다.
드디어 이틀전 학교에도 처제네가 쓰지 않고 놓아두고 있는 드롱기 에스프레소머신을 빌려서 갖다 놓았다.
내가 직접 집에서 로스팅한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그라인더로 갈아서 에스프레소머신으로 뽑았다. 로스팅기도, 그라인더도, 에스프레소머신도, 그것을 다루는 나 자신도 모두 허접했지만, 구수한 커피향은 그것을 모르는 듯 교실에 가득했다. 팝콘 냄새가 기가 죽어서 조용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같은 비율로 넣은 마끼야또를 처음 맛본 사람은 교무부 이순정선생님과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김창환선생님이었다. 맛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생두를 두 번 더 볶아 100g씩 각각 선물로 드렸다.
어제는 3학년 동진이가 아침을 못먹었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원두를 갈고, 에스프레소를 뽑고, 우유 거품을 냈다. 옆 교실의 이나영선생님과 동진이는 팝콘과 마끼야또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동진이는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먹어보는데 맛있다고 했다.
내년에 대학생이 되면 제 집처럼 까페를 들락거리고 전문가들이 천만원짜리 상업용 기계에서 뽑은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고3의 교실에서 먹어본 에스프레소 맛은 잊지 못할 것이다.
20년전 이십대 중반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에는 그 보다 진한 향수와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에.
박형종
2010-05-15 (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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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직 솜씨가 없지만, 학교에 오시는 길에 들르시면 뽑아드리겠습니다.
2010-05-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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