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14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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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4DX

어제 영화 《알라딘》을 4DX로 보러 판교 현대백화점에 있는 CGV에 갔다. 5월 문화의 날에 2D로 봤지만 재밌어서 4DX로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4DX는 영화관에서 하는 상영기간이 끝나면 집에서는 체험할 수 없다. 인기가 많은 덕분에 개봉한 지 2달이 되도록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다는 게 고마웠다. 좌석이 움직이고, 분무기로 뿌린 것 같은 물이 살짝 내리고, 스크린 앞으로 눈이 날린다. 그래서 현장감이 생긴다. 그렇다고 에버랜드와 같은 놀이공원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3D 안경을 끼고 보는 스릴감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마법 양탄자가 물 위를 날아갈 때 내 의자가 움직이는 것보다 앞 관객석의 의자들이 물결처럼 좌우로 흔들거리는 것에서 부드러운 율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4DX로 보는 것은 재미난 경험이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감은 2D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가 많이 온다는 기상청 예보도 있고 전철을 타는 체험도 할 겸 여주에서 경강선을 타기로 했다. 실제로 11시 무렵 여주로 가는 길에 폭우가 쏟아져서 아내가 차를 돌리자고 했지만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여주부터 판교까지는 전철에 앉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백화점까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우산을 펼칠 일은 없었다.

백화점은 지난주 목요일보다 몇 배나 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7월말의 휴가가 시작돼서 그런 것이지 모르겠다. 이런 곳은 사람이 너무 없어도 썰렁하다. 너무 많아서 걸어가는데 어깨에 치이거나 밥을 먹는데 한 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처럼 사람들이 적당히 많은 것이 좋다. 사람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다. 차를 가져오지 않아서 주차비 걱정이 없으니 훨씬 여유 있는 마음이 되었다. 오자마자 《한국집》이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밀탑》에서 팥빙수로 디저트를 먹었다. 그리고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다가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려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8시 30분에 삼송빵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내와 시원이는 옛날에 즐겨먹던 과자를 잔뜩 사들고 신나서 왔다. 여주에서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당일 여행이었지만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볼거리가 많았고, 4DX도 체험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기를 좋아하지만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것도 그만큼 좋아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 집에 있는 것에 비해 아내와 시원이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가만히 있어도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는 자동차, 전철, 비행기,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가 인생의 마법 양탄자이기 때문이다. 땅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살아가는 중간 중간에 가끔은 마법 양탄자를 타고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박형종   2019-07-27 (토) 08:3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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