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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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교실에 팝콘 냄새가 가득하다. 나는 팝콘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교실을 3월에 이사하고, 조금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인트 칠을 해볼까, 화분을 갖다 놓을까 궁리해보았지만, 마땅치 않았다.
 
담임시간에 먼저 오는 두 명에게 별을 준다. 일찍 오면 최소한 지각 때문에 기합을 받거나 벌점을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좀더 일찍 오고 싶은 교실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해보았다.
 
식당에서 가져온 빵으로 아침을 교실에서 간단히 먹는데, 매일 같은 식빵만 먹다보니 조금 질리기도 했다.
 
이 세 가지 이유가 나를 팝콘에 이르게 한 것일까? 지난 일요일밤 문득 교실에서 팝콘을 튀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즉시 올드팝콘에미커라는 팝콘기를 3만원에 주문했다.  VOGEL 옥수수는 10kg에 2만 5천원이었다.
 
화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집에서 튀겨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서로 자기가 팝콘을 튀기겠다고 싸우다시피 했다. 시원이는 그것을 캐릭터 통에 담아 집에서 먹고, 어린이날 때 어깨에 메고 다녔다. 휴일에는 집에서도 자주 튀겨야겠다.
 
오늘 아침 학교로 가져와서 담임시간에 허겁지겁 튀겨보았다. 맨 앞에 앉아 있던 인영이가 팝콘이 튀겨지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허탈한 웃음 ㅋㅋ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본뜬 미니 팝콘기는 한번에 딱 두 명 정도가 먹기에 좋은 양이 나온다.
 
옥수수가 조금 열을 받았다고 팝콘으로 튀겨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교육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게 옥수수를 팝콘이 되게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철학적인 사색을 튀겨지는 팝콘을 보며 잠시 해본다.
 
어쩌면 인생 전체가 그런 모습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재미난 점은 같이 열을 받았는데도 어떤 것은 팝콘이 되고, 어떤 것은 그냥 옥수수로 남는다는 것.
박형종   2010-05-06 (목) 00:0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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