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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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하는 날 2010-05-03 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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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하는 날

토요일, 드디어 텃밭을 하는 날이다. 모처럼 날씨가 좋았다.
 
나는 오전에 횡성 시장에 가서 고구마순을 5백개 사왔다. 감자와 상추, 옥수수만 심으려고 했는데 왠지 허전할 것 같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횡성은 장날이라 매우 혼잡했다.
 
2시 반쯤 식목 행사를 마치고 오니 먼저 온 반들이 자기 텃밭에 들어가서 돌을 고르고 있었다. 각본에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었다. 중구난방 어수선했지만, 원래부터 이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나도 농사가 처음이라 감자, 상추, 고구마순 심는 것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곽기웅박사님과 낮사감선생님이 시범 보이는 것을 열심히 지켜보며 비닐치는 것부터 모종심는 것까지 잘 알게 되었다.
 
잠시 숨 돌릴틈도 주지 않고, 여기저기 여러 학생들이 어떻게 심냐고 물어보았다. 150여명 정도가 텃밭에 촘촘히 들어차 있었지만 농사에 대해 아는 사람은 4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제법 비닐을 잘 치고, 모종들도 잘 심었다.
 
6시 경 바로 옆의 국궁장에 마련된 바비큐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학교에서 마련한 밥, 김치, 돼지목살과 부모님들이 가져오신 고기, 소시지, 꼬치, 고구마, 감자 등이 숯불에 익고 있었다. 숯불이 약해서 부모님들이 넣은 솔방울에서 매운 연기가 났다. 얼마 뒤 낮사감선생님이 숯을 더 사오셨다. 
 
우리반 학생들은 약간의 허기만 채우고 국궁장에 앉아 게임을 즐겼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아버님들과 막걸리를 두 잔 마셨다. 기분이 상쾌했다.
 
자습시작 시간을 30분 넘겨 7시 반에 학생들은 기숙사로 올라갔다. 그만 놀고 기숙사에 올라가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7시 25분에 자진해서 노는 것을 멈추고 나타나서는 감쪽같이 정리하는 모습이 신통했다.
 
저녁 8시에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는데 김인석선생님이 남은 모종을 마져 심자고 고집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과 김선생님네 가족은 캄캄한 밤에 남은 모종을 모조리 심었다. 마침 낮사감선생님이 다시 오셔서 시훈이에게 괭이질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권석이 아버님은 후레쉬를 들고 나타나 도와주셨다. 눈이 부시다며 후레시도 없는 깜깜한 밤에 육감해 의지하며 모종들은 심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나는 차가 없는 박윤상선생님을 원주의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그때서야 남은 모종 심는 것도 끝났다.
 
긴 토요일이었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기분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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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2010-05-03 (월) 00:0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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