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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생각
방학이라 낮에 집에 왔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이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짜장면을 끓여먹었다. 소파에 누웠다가 잠이 들었고, 네 시쯤 시원이가 집에 올 때 잠이 깼다. 잠시 뒤에 외출했던 아내가 와서 옆 동네에 리모델링 한 아파트를 처제와 함께 구경하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유행이다. 새 집이 비싸다보니 그런 선택을 하거나 멀쩡한 집을 자기 취향대로 뜯어고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리모델링하는 것도 돈이 제법 든다.
요즘 전국적으로 집 때문에 난리다. 서울은 너무 비싸서, 지방은 공급이 너무 많아서다. 서울과 지방의 인프라 차이가 원인이다. 교육, 문화, 교통, 의료, 좋은 직장 등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그곳에 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집 지을 땅은 없고, 지방은 그런 인프라가 부족한데 땅은 많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에 따라 당연한 현상이다. 가치가 높은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어떻든 집은 삶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어디에 사는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 12년 전 우연히 들렀던 모델하우스에서 아파트를 계약할 때 결정이 너무 힘들었었다. 누군가 당첨되었다가 포기한 물량을 팔려는 아주머니가 수십 차례 반복하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미적거렸다. 아내는 2층이라서 싫다고 했고, 나는 2층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결국 여섯 시가 되어 모델하우스가 문을 닫기 직전에 편의점인출기로 50만원을 찾아서 가계약했다. 그 덕분에 이 집에 살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그 때 네 시간 동안 집요하게 이 집의 장점에 대해 설득해준 아주머니에게 감사한다.
예쁜 뜰이 있는 주택은 로망의 1순위이지만 실제로 살게 되면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있다. 4,5층 정도의 작은 빌딩을 짓고 그 꼭대기에 루프톱 스타일의 원룸이나 투룸을 꾸미는 것이 나에게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공유하는 부분도 있으면서, 전원적이고 도회적인 느낌을 둘 다 만족시키고 싶다. 강원도 원주라서 땅이 많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그 때라도 이 집은 계속 갖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디에 살 것인가를 좌우한다. 사람들 생김새가 다 다르듯 사는 방식도 다 다르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면 살만한 동네와 어떤 집이 좋을지를 알게 될 것이다. 진지한 성찰과 오랜 공부 없이 저절로 오는 것은 없다. 집처럼 큰돈이 드는 것은 더욱 긴 시간을 갖고 잘 따져보아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나는 무엇에 즐거움과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가? 지금 내가 사는 곳은 10년 전, 20년 전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이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살 곳은 지금 생각하고 노력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노력하라. 집은 그것의 원인이고 그것의 결과다.
박형종
2018-07-18 (수)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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