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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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전날

내일이 방학이다. 그러므로 오늘이 방학 전야다. 회식으로 뷔페를 먹고 저녁 8시 반쯤 집에 들어왔다. 아내와 시원이는 닭강정을 들고 처제 집에 가고 없었다. 내가 오기 전에 에어컨을 조금 틀었다 하는데도 집안의 온도가 29.5도이고, 습도가 60%인 무더운 날씨다. 지금 시원이 방에서 계속 라돈측정 중인데 라돈 농도가 3pCi/ℓ가 넘었다. 미세먼지 농도는 50정도로 높았다. 참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온도, 습도, 라돈, 미세먼지가 다 높은 날이다. 바로 에어컨을 켜는 대신에 한 시간 정도 환기를 한 후에 에어컨과 5대의 공기청정기를 동시에 켰다. 라돈은 0.6 정도로 떨어졌고, 미세먼지 농도는 십분의 일로 줄어들었고, 온도와 습도도 쾌적해졌다. 매일 이런 것들을 다 신경 쓰는 것이 피곤할 수도 있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사는 것은 위험하다. 곧 훨씬 비싼 청구서가 날아온다.

시원이는 방문을 꼭꼭 닫고 자다가 높은 라돈 농도 수치를 보고는 문을 열고 잔다. 오늘은 드레스룸과 거실 쪽 두 개의 문을 모두 열었다. 나는 거실에서 불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활장스탠드를 끄고 거실 테이블에서 부엌의 멀바우 식탁으로 옮겨서 노트북을 한다. 덕분에 신선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잠시 뒤에 시훈이도 방에서 노트북을 갖고나와 대각선 맞은편에 앉았다. 마치 카페나 도서관에 와있는 느낌이다.

이번 방학에는 멀리 가는 대신에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프랑스의 레만부인이 집집마다 포도주를 만드는 작은 시골마을에 초대했던 여름이 생각난다. 부모님이 살던 집을 가족별장으로 활용하여 마당에서 맨발로 걸어 다니며 힐링하는 레만부인 가족들이 부러웠다. 나는 각 집에서 인심 좋은 사람들이 권하는 포도주를 마다하지 못하여 다 마시고, 또 저녁 식사 때 잔 가득 따라주는 포도주를 너무 마셨지만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쓰러지기 전까지는 바른 자세를 유지했다. 비록 그런 순박한 여름은 불가능하겠지만 마음이라도 그렇게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단순하게 사는 거다. 먹을 것을 준비하는 시간도 먹는 양도 가벼워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고 알아서 생활해야 한다. 식사를 하는 것도 산책을 하는 것도 억지로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찾는다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박형종   2018-07-17 (화) 23:57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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