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아침풍경 장맛비가 오고 있다. 내일은 태풍도 온다고 한다. 6시 반에 일어나서 카메라를 들고 우산을 쓰고 동네 산책을 나섰다. 집에 가만히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날에 걷는 기분도 색다르다. 카타르시스나 힐링이 된다고 할까?
요즘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쓴다는 공유 경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아파트야말로 공유 경제의 표본이다. 우리 단지만 해도 공원이나 여러 시설을 397세대의 주민들이 함께 쓴다. 개인주택을 짓는다면 이런 규모의 공원이나 시설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단지 곳곳에 심어진 야생화들을 사진에 담고, 개천을 구경하며 산책하다보니 신발이 흠뻑 젖었다. 장화를 사야겠다.
집에 들어와서 어제 뽑아놓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넣어 베란다로 나왔다.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또 다른 힐링을 한다. 얼마 만에 베란다에 앉아보는지. 1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창문과 방충망을 활짝 열었다. 베란다가 테라스 카페로 변신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날벌레가 없어 좋다. 먼지가 낀 뿌연 방충망 사이로 바깥을 보다가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비 내리는 풍경을 보니 마치 유럽의 맨션에 와 있는 느낌이다. 개울에는 불어난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른다. 세게 흐르는 것 치고는 물이 맑다. 새소리가 더욱 가까이서 들린다. 흰 두루미 한 마리가 홀연히 나타나서는 개울 위를 걸어 다니며 가끔씩 물속에 주둥이를 넣는다.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한참이나 떠나지 않고 있다. 까치들이 눈앞에서 휙 하고 지나가서는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곧 자리를 뜬다. 혹시 새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잠시 들었다. 빗방울들이 나뭇잎마다 맺혀서 반짝인다.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다. 나뭇잎과 풀과 개울물에서 신선한 냄새가 난다. 모처럼 깊은 숨을 쉬며 마음껏 공기를 들여 마신다. 시훈이는 아침을 식탁에서 먹고 베란다로 나와 공부한다. 시훈이와 시원이가 제법 멋진 사진도 찍어 주었다. 나는 베란다에서 아내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간간히 사진도 찍고,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눈과 코와 귀와 입이 즐거운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