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이저 2년 전부터 눈독을 들이던 와콤의 신티크 13HD라는 디지타이저(액정타블렛)를 샀다. 제품이 나온 지 4년 정도 되는데 신제품이 나와서 가격도 떨어지고(그렇지만 여전히 비싸다!) 앞으로 그림 그릴 일도 많을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샀다. 초보에게는 과분한 도구지만 이왕이면 좋은 성능의 제품을 써보고 싶었다.
지난 일요일 도서관에 간 김에 그림 전시회를 구경했는데 작가분이 그림책을 내고 그 책에 나온 주인공들을 모티브로 해서 유화나 아크릴 그림을 그리고 스티로폼으로 조형 작업을 했다. 그 분과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제자들도 지도하고 계셨다. 그 분에게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는 배우러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귀찮아서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도구 특히 디지털 도구에 관심이 많다. 돌도끼에서 철칼로 넘어가거나, 화살에서 총과 대포로 넘어가거나 말에서 증기기관으로 넘어가거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뛰어난 도구는 혁명을 일으키거나 국가와 민족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개인적으로 보아도 좋은 도구는 개인의 성공을 이끄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세상에 어떤 도구가 개발되고,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필요하면 돈을 써서 구입하고 활용해야 한다.
도구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적절한 때 알맞은 도구를 가져야 한다. 돈을 아끼려다가 타이밍을 놓쳐서는 몇 번 오지 않을 기회를 날리고 만다. 나는 20년 전 월급이 50만원일 때 삼성노트북을 250만원 주고 샀었다. 내가 산 최초의 노트북으로 무려 다섯 달치 월급을 선뜻 투자한 것이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6GB이었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성능이 매우 낮았지만 그 노트북은 타이밍 좋게 내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었다.
요즘 4차 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좋은 직업에 인공지능이 투입되고 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이렇게 급속하게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말도 없이 일한 때문에 피곤해서 생각이 원활하지 않다. 아마 다른 날에 멀쩡한 정신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마음이 열정적으로 원하는 것을 하라. 다만 현명한 방법을 사용하라. 남과 경쟁해서 이기려하지 말고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을 하라.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내적 기준을 높여라. 따뜻한 이야기를 하라.
빨갛고 노란 단풍이 절정이었다. 이제 곧 날이 추워진단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나는 이번 겨울에는 그림과 씨름하며 지낼 것 같다. 본전 생각이 들지 않도록 디지타이저를 유용하게 잘 쓸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