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식탁등 부엌의 식탁등을 바꾸었다. 원래 달려 있던 샹들리에를 몇 년 전에 한 개짜리 등으로 바꾸었는데 그 때 인테리어 센스가 없었던지라 대충 단순해 보이는 것으로 달았었다. 얼마 전 고개를 들어 전등을 바라보니 쇠창살 같은 곳에 먼지가 조금씩 끼어 있었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을 보는 내 눈이 그동안 발전한 것 같기도 하다. 커튼을 새로 단 김에 깔끔한 펜던트 스타일로 식탁등도 바꾸기로 했다.
식탁등을 고르는 것은 커튼을 고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 무엇보다 인테리어에 대한 이론이 없다보니 무려 7천 개가 넘는 전등 중에서 어떤 형태, 색깔의 것을 몇 개 다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선택이 힘들었다. 마침 며칠 전에 읽은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이랑주 지음)이란 책에서 이론을 배웠다. 어떤 공간에 동일한 색상의 것을 세 번 배치하면 좋아 보이는 공간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사려던 것을 취소하고 부엌의 수납장 색상과 같은 하얀 펜던트를 달기로 했다. 두 번째로 7천6백 개의 식탁등을 검색하다가 지쳐갈 때쯤 딱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바이빔 벅스 2등》이라는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그 등을 만나고서야 내가 원하던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구의 색깔은 3000K의 노란빛을 골랐다. 노란빛은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 노란빛이 모닥불의 색깔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란도란 모여서 장작을 태우며 몸을 덥히고, 음식을 해서 나눠 먹으며 정다운 이야기를 하던 조상들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들어 있다.
어제 전등이 택배로 배달되자마자 나는 아내, 시원이와 함께 낑낑대고 2시간 동안 교체 작업을 했다. 전문가라면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일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말하면 금세 도와줄 것이지만 지난 번 전등 교체 때 부탁을 드렸었는데 매번 부탁을 드리기가 뭐해서 우리가 직접 하기로 했다. 식탁 방향이 2등의 방향과 맞지 않아서 식탁을 전등에 맞춰 돌려놓았다. 전등을 바꾸고 식탁을 돌려놓은 덕분에 마치 다른 집이나 카페에 온 것처럼 낯설다.
밤 11시에 아내가 시훈이를 도서관에서 데려왔다. 시훈이는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부엌에 있는 흰빛의 전등을 끄고 식탁 위의 노란불만 켰다. 아내가 자러 들어가고 나는 시훈이랑 식탁에 앉아 수학에서 역함수의 미분에 대해 살펴보았다. 낮에서부터 많은 일들이 있어서 몸이 무척 피곤했고 졸려서 시훈이가 오면 얼굴만 보고 바로 잠자러 들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노란불빛 아래여서 그런지 피곤하기보다는 밤 12시 반인데도 오히려 더욱 생생해졌다.
몇 만 원짜리 전등이 내가 지금까지 샀던 그 어떤 것보다 큰 만족을 주고 있다. 하얀 펜던트 2등에서 나오는 노란빛은 단지 식탁 위를 비추는 조명뿐만이 아니라 내 몸에 수만 년 전부터 축적되어 온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그 아름다움과 지혜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나 암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 아내가 부엌에서 노란빛을 켜고 차를 준비하고 있다. 티타임을 가질 것이다. 이제 조상들의 지혜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