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금요일 밤이다. 피곤이 가장 많이 쌓여 있을 때다. 이번 주는 추천서를 쓰느라 힘들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겪는 일인데 올해는 유난히 그랬다. 추천서 7장은 조금 버거운 것 같다.
사람들은 피곤할 때 창의적인 것을 하기 어렵다. 그래도 잠을 자지 않는 이상 뭔가는 해야 하므로 수동적으로 대개 인터넷 뉴스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페이스북 등을 한다. 그런데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의 대차대조표는 무엇일까? 피곤이 가시는 것일까 아니면 잡다한 것들로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일까?
시훈이는 무척 힘들었는지 저녁을 먹고는 9시에 깨어달라고 하고 잠자러 자기 방에 들어갔다. 나는 그냥 내일 아침까지 쭉 자라고 했다. 나도 9시쯤에 잘까 하다가 말았다. 나 같은 경우는 일찍 자면 새벽에 너무 일찍 깨기 때문에 하루의 리듬에 문제가 생긴다. 저녁을 먹고는 《부자들의 선택》이라는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피곤할 때는 가벼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10시쯤 자야지 하면서 방금 전까지 인터넷 검색을 하며 시간을 대충 보냈다. 이런 컨디션에서는 어차피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러다 바다소에 글이나 써보자 하고 로그인 했다. 지난번에 말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도 글을 쓰기로 하면 정신이 몸 구석구석에서 에너지를 끌어모아 생기를 돌게 한다. 그래서 피곤할 때 의도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또 하나의 좋은 선택 같다. 적어도 글을 쓰면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4차 혁명의 트렌드가 어떤 사회 현상을 초래할지 시훈이에게 말해주었다. 시훈이도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급격하고 좋은 일자리들이 빠르게 다른 것으로 대체되면서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 2주 전에 교실을 찾아온 졸업생 김채선, 김치윤, 그리고 어제 온 임재필과도 미래의 방향에 대해 긴 이야기를 했었다.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자들의 선택》은 미국에서 2000년에 출판된 책이다. 뉴 밀레니엄은 내가 민사고에 온 해이고 시훈이가 태어난 해이다. 저자 토머스 스탠리가 미국의 부자 733명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직성, 성실성, 자기 일에 대한 열정, 모험할 용기, 화목한 가정, 검소함 덕분이었다. 뻔히 다 아는 말인데 자기관리가 핵심이란 뜻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서 본격적으로 인터넷 세상이 되었고,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그렇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부자가 되는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저녁을 먹으며 고2인 시훈이에게 해준 말의 결론은 미래를 알기 어렵고,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 판단하기 힘들지만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이 확실하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회는 언제나 주변에 떠다니므로 그것을 눈치 채고 낚아낼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된다. 10년 뒤의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훌륭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시간과 정신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오늘도 결국은 평소처럼 12시에 자게 생겼다. 피곤한 몸을 이런 식으로 부려먹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산만한 하루를 이렇게 정리하고 내일은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