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와 스툴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사진을 몇 장 찍고 있자니 아내가 거실로 나왔다. 아침을 먹고 함께 LH모델하우스를 구경했다. 모델하우스에서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것이 취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파트보다 모델하우스 건물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널찍한 원형 로비가 탁 트여서 쾌적했다. 점심은 아들을 데리고 나와 김밥 식당에서 먹고 다시 셋이서 모델하우스로 가서 주스도 마시고 한 번 더 구경했다. 아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모델하우스 건물 자체에 빠졌다. 보는 눈은 비슷하다. 모델하우스를 나와서 새로 오픈한 카페에 가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시훈이는 집에 내려주고 아내와 도서관에 갔다. 나는 CASA라는 잡지책을 보았다. 특히 요즘 거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며칠 전부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기에 적당한 카페테이블을 놓을까도 생각해봤는데 여러 인테리어 책을 살펴봐도 그런 경우가 없어서 포기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높은 테이블이 소파 앞에 있으면 거실이 답답해 보일 것 같다. 대신에 대게 1인용 의자나 스툴을 소파와 함께 배치하고 있다. 1인용 의자를 살까도 고민해봤는데 일단 스툴을 놓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스툴은 거의 쓸모도 없고 공간만 차지해서 버릴까하다가 안방에 처박아 놓았었다. 그런데 CASA에서 보니 스툴이 쓸모가 많았다. 스툴에 발을 뻗고 편하게 쉬거나 스툴에 앉아서 소파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도 좋다. 스툴은 소파와 통일성이 있고, 시야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시원이는 낮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놀다가 저녁 먹을 때 들어왔다. 에어컨을 틀고 좌식 테이블에서 저녁으로 아내가 요리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이제는 저녁 먹을 때 텔레비전을 보지는 않지만 에어컨을 쐬기에는 거실이 더 가까워서 좋다. 벌써 폭염이다. 어제 오늘 저녁 먹을 때 에어컨을 30분 정도 켰는데 뽀송하니 좋았다. 저녁을 먹고 스툴을 시훈이와 함께 거실로 옮겼다. 좌식의자와 1인 소파들 때문에 거실이 조금 복잡해 보이는데 당분간은 이렇게 생활해볼 작정이다.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멀지만 거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쉬고,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려면 적절하게 가구들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원이방 흰 벽에 타공판을 붙이면 좋을 것 같은데 방주인이 싫단다. 침대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시원이를 위해 작은 스툴을 살까하다가 베란다에서 먼지만 쌓이던 발 받침대를 들여 놓았다. 시훈이에게 사주었던 것인데 시훈이가 쓰지 않고 베란다로 빼놓았었다. 디자인과 일러스트 연습을 위해 액정 타블렛이나 서피스프로 등을 사려다가 전에 사두었던 슬레이트7을 테스트해보니 쓸 만해서 그냥 그것을 쓰기로 했다. 형편없는 내 솜씨에 비하면 슬레이트7도 과분하다. 식탁 위에 노란빛을 내는 볼 전구가 있는데 아내가 노란빛을 싫어해서 거의 켜지 않는다. 그래서 하얀빛을 내는 볼 전구로 바꾸기 위해 하나 주문했는데 하얀빛이라면 어떨지 궁금하다. 당장은 지금 있는 상태로 생활하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더 나은 환경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발전은 없다.
이래저래 주말이 다 끝나간다. 복면가왕 흥부자댁의 홈(Home)이란 노래를 들었는데 이렇게 잘 부르는 가수가 있었나 싶었다. 노랫말도 일요일을 마무리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이 가수가 부르는 다른 노래들도 찾아 듣고 싶어졌다. 이번 주말 집과 집에서 반경 10분 이내의 근처에서만 지냈는데도 갑갑한 것이 없었다. 이제 한동안은 살 것도 없고, 인테리어를 꾸밀 것도 없다. 여기저기 짐을 더 정리하고, 안방 욕실의 줄눈도 해야 하고 세면대와 타일에 금간 것이 있기는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완벽하고자 한다면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적절하게 타협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본격적으로 창조적인 작업에 몰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