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시원이가 전날 영월체험에서 먹은 점심이 잘못 되었는지 두드러기가 생겨 아내와 영화는 못 봤다. 다음에 봐야할 것 같다. 대신 시훈이와 친구를 강연장에 데려다주고 설거지를 했다. 시원이는 친구들과 점심 먹고 노래방에서 놀다가 병원에 갔다. 아내는 중앙시장 쪽에 있는 피부과에서 시원이를 만나 함께 진료를 보고 약을 타왔다.
나는 어제 택배로 낚싯대를 주문했다. 오늘 배달된 낚싯대로 집에서 낚시를 했다.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에 걸린 담뱃갑을 치우는 것이었다. 왜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는 베란다 밖으로 던져 버리는지 그 심리를 모르겠다. 좋은 경치를 구경하다가도 나뭇가지에 걸린 쓰레기들이 눈에 걸리적거렸다. 아파트관리실에서 치우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앞으로는 보일 때마다 내가 낚시를 할 작정이다.
아름다움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잘 관리해야 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쓰는지 잘 체크하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간단한 방법은 자기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다. 책상과 책장, 방, 거실, 부엌, 수납장, 자동차, 지갑과 가방 등이 온갖 잡동사니들로 어수선하다면 분명 뭔가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항상 바쁘게 생활하고는 있지만 효율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나는 어느 정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내 방은 조금 너저분한 상태다. 항상 집에서도 뭔가 할 것이 있어서 정리하는 것이 뒤로 밀리고 있다. 최근에는 바다소 프로그램들을 만들거나,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거나, 수업 준비하는 것에 시간을 우선적으로 써왔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내 공간을 정리하는 것을 미룰 수는 없다. 5월초 연휴 때 안방쪽 욕실 세면대를 교체하고 줄눈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은 5월 중순으로 미루고 방과 책장부터 정리해야겠다. 공간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을 써왔던 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야 할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멈춰서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시간도 털어버리고, 공간도 털어버리고, 마음도 털어버려야 한다. 어쩌면 내가 낚싯대로 낚아야 할 것은 나뭇가지에 걸린 쓰레기가 아니라 낡은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원래는 낚싯대라는 제목으로 그야말로 쓰레기를 치운 이야기만 짧게 쓰려고 했는데 생각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갔다.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지 않고 세월을 낚았던 강태공처럼 나도 낚싯대로 내 정신 속의 찌꺼기나 낚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