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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관리해야 하는 것

개학 하고 지난 두 달 동안 열심히 공기청정기를 사라고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몇 달 동안 미세먼지 측정기를 갖고 다니며 여기저기 측정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내 덕분에 청정기를 사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했다. 물론 이런 지경까지 공기가 나빠진 상황에서는 국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 퇴근해서 아내와 간단히 티타임을 하며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있을 때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없을 때는 관리할 것도 없다. 있을 때 관리해야 하는 것 첫 번째는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잘 지낼 수 있는데 관리를 못해서 일찍 몸이 망가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된다. 그런데 관심을 두지 않으면 눈앞에 측정값을 들이대도 보이지 않게 된다. 하루 이틀에는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몇 달 몇 년 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건강을 해치는 습관은 무엇인가? 당장 그것을 고치고, 건강한 습관을 들여라. 건강을 위해 투자해야 할 것은 바로 돈을 들여서 사라. 오늘 사야 할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있을 때 관리해야 하는 것 두 번째는 시간이다.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 목표를 갖고 있지 않고 방황하는 것이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기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허망해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오늘 알차게 보내는 사람은 내일도 알차게 보낼 것이고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도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충 시간을 때우지 말라. 남는 시간, 한가한 시간, 쉬고 싶은 시간, 자투리 시간이 있을 때, 그 몇 분, 그 몇 시간은 자기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된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 바로 메모를 하라. 메모할 것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반드시 메모할 것이 있다. 메모할 것을 생각하라. 메모도 훈련이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지금의 나처럼 긴 글을 쓰는 것도 좋다. 아무튼 기록한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게 되고, 기록하면서 머리도 자란다.

있을 때 관리해야 하는 것 세 번째는 인간관계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속에서 맞춰가며 해야 하는 것이라 어렵다. 내가 3년째 사제동행독서 시간에 하고 있는 것이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있다. 매번 같은 책이지만 항상 새롭다. 사람들이 언제나 자기 주변에 머물러 있는 듯이 보여도 잠깐 머물다 떠날 뿐이다. 오늘의 만남은 이번 한 번 뿐이고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감정으로 그 만남을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즐겁게 만나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 시간은 유한하고,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다. 만나서 즐거운 사람과 즐겁게 만나라. 웃는 얼굴로 만나라. 반갑게 찾아가라.

있을 때 관리해야 하는 것 네 번째는 돈이다. 돈을 관리한다는 것은 쓰지 않고 저축한다거나 재테크로 늘린다는 것이 아니다. 돈은 집, 옷, 음식, 땅, 주식, 서비스 등과 교환되지만 중요한 점은 돈이 지식과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돈은 지식과 교환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돈을 엉뚱한 곳에 써서 정작 개인적으로 지식을 축적하는데 쓸 돈이 없는 경우가 생긴다. 과학과 공학의 발전과 함께 지난 200년 동안 인류의 지식은 비약적으로 축적되었다. 2300년이 지난 플라톤의 철학은 아직도 원전으로 읽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지금도 수많은 관람객이 구경하지만 과학과 공학 교재는 몇 년 안 되어 구닥다리가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따라가기에 버거워 한다. 그 결과 지식의 격차가 생기는데 그것이 곧 부의 격차를 만든다. 당장의 오감 만족을 위해 돈을 쓰기에 앞서 지식을 축적하는데 충분한 돈을 쓰고 있는가를 따져보아라.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사지 않는다면 지식 축적에서 뒤쳐질 것이다. 과학과 공학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사는 것이다. 도서관에 들어가 있는 책은 이미 철지난 지식일 가능성이 높다. 여행이나 자녀의 학원비에는 수백만 원을 쓰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책 한 권도 사지 못한다.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불러 모으는 가장 빠른 길은 재테크가 아니라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관리한다는 것은 지식을 불리는 것을 뜻한다.

있을 때 잘 관리해야 하는 것 네 가지를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았다. 하나같이 만만치는 않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만 관리해줘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첫 번째부터 잘 안 된다. 건강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항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 글을 쓴 것을 계기로 내일부터는 최우선적으로 운동하는데 시간을 내볼 작정이다. 지금 확인해보니 이 글을 쓰는 서재의 미세먼지 농도가 0 또는 1을 가리키고 있다. 요새처럼 집을 지키고 있는 5개의 공기청정기가 24시간 돌아가는 덕분이다. 미세먼지가 30을 넘는 날에는 밖에서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탈 것이 아니라 집에서 요가나 복싱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세상은 바뀌고 내가 처한 환경도 바뀐다. 그렇지만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위에서 말한 있을 때 관리해야 하는 것 네 가지는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박형종   2017-04-06 (목) 23:29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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