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11년 만에 에어컨을 하나 장만했다. 아내가 시원이를 임신했을 때 잠깐 벽걸이 에어컨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여름에 30도씨가 넘는 열대야가 되면 선풍기를 틀고 베란다 문을 조금 열고 자는 것으로 해결했었다. 유난히 더웠던 작년을 빼고는 견딜만했다. 이번에 에어컨을 산 결정적인 이유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미세먼지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수준이라 이제는 마음 놓고 창문을 열고 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공기청정기가 5대가 있지만 창문을 열어 놓으면 무용지물이다.
거실에 스탠드 에어컨을 하나 설치하는데 무려 5시간이 걸렸다. 특히 55킬로그램의 거대한 실외기가 창문에 걸려서 밖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까닭에 1층에서 밧줄로 묶어 올리는 험난하고 위험한 모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사람이 달라붙어서 사다리에서 한 칸씩 들어올리고, 위에서 밧줄을 끌고 해서 겨우 성공했다. 그나마 집이 2층이라서 이런 해결책이 가능했던 것이 다행이었다. 환할 때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니 저녁 8시였다.
작년 여름에는 거의 한달 내내 무더위를 피해 온가족이 점심과 저녁에 외식을 하고, 도서관과 카페에서 지냈다. 그 때 쓴 돈이면 에어컨을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여름에 집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에어컨은 냉방효율이 높고, 전기효율이 1등급이고, 인공지능에 사물인터넷 기능까지 있다. 좋은 세상이다. 늦게 산 보람이 있다. 전력난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