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0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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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경기광주-원주 고속도로를 타고 하남의 스타필드에 다녀왔다. 기존의 영동고속도로를 탈 때보다 20분 정도 시간이 절약되어서 1시간 10분 걸렸다. 시훈이는 원래 도서관에서 기말시험을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내가 같이 가자고 해서 함께 갔다. 교과서 밖에서도 배울 게 있을 것이다. 한가한 토요일 아침을 기대하던 식구들이 갑자기 외출 준비를 하고 짐을 챙기느라 분주해졌다. 9시 50분쯤 출발해서 11시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직 한가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한샘, 백화점 지하 식품관 등 지난 번 추석 때 못 보았던 곳들을 들렀다. 하나같이 볼거리가 많았고 먹거리도 다양했다.

나와 시원이는 5시에야 영풍문고에 도착했다. 여행 코너와 인테리어 코너에 있는 책을 조금 살펴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찬찬히 둘러보고 집에 사가고 싶은 역작들을 발견하고 싶지만 몸이 피곤해져서 그럴 기력이 없었다. 나는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기계발 분야로 발걸음을 돌렸다. 거기라면 아무리 피곤해도 쓸 만한 책을 몇 권 쯤은 쉽게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과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집어 들고 긴 테이블에 앉아 한 시간 반 동안 읽다가 사가지고 나왔다. 책의 머리말과 목차만 읽었는데 그러다가 불현듯 오늘 내가 왜 이곳까지 여행을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집에서 편히 쉴 수도 있었고, 사실 그러고도 싶었다. 막바지 단풍을 구경하고, 새 고속도로를 달리고, 스타필드에서 쇼핑을 한다는 계획도 일견 그럴듯했다. 그런데 책을 넘기다가 계속 생각들이 떠올라서 스마트폰으로 바다소에 메모하기에 바빴다. 재미난 점은 그 메모들이 책 내용과는 상관없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색다른 환경에서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머리를 활성화시키는 것 같았다. 이러한 방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지 않고 다른 것을 할 때도 머리가 활성화 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서도 그런 효과를 누리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피곤해서 깊이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왠지 답이 긍정적일 거라는 느낌이 든다.

책 읽기를 대체할 수 있는 것에는 산책하기가 있다. 나는 목적 없이 걸을 때도 생각이 샘솟는 경험을 하곤 했다. 그래서 걸을 때는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기록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챙긴다. 걷는 것은 준비가 필요 없고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게는 그것조차 만만치 않다. 시간이 있어도 걷기 보다는 앉아서 인터넷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많고, 방해받지 않고 걸으면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만한 곳이 마땅치도 않다. 쉽지는 않지만 조금만 그런 쪽에 가치를 둔다면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머리를 활성화하는데 좋다. 나는 지금처럼 글을 쓸 때 억지로라도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들을 연결하느라 머리를 활성화 한다. 명상을 하거나 멍하게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의외로 멍하게 있는 것이 어렵다. 책을 읽을 때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생각이 나는 것도 책을 읽는 동안에 잠깐 잠깐 멍 때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림을 그리거나 잔잔한 음악을 들을 때도 멍 때리기 효과를 볼 수 있다. 긴장을 없애고 과격하지 않은 신체 활동을 하면서 정신이 한눈 팔 기회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낮잠을 자는 것도 머리를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 딴 짓하는 시간을 줄이면 낮잠 잘 시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집에서 여행지와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여행의 근본 덕목은 색다른 경험이고 따라서 일상이 반복되는 집에서 그런 특이한 경험을 흉내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어느 정도 간접 경험을 할 수는 있다. 인테리어를 계절마다 바꿔보거나 책장이나 살림을 정리하면서 그런 느낌을 살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는 자연 그 자체다. 그래서 집은 1층이나 2층이 좋다. 나는 2층에서 8년 째 살고 있다. 정원이 잘 꾸며진 주택이나 아파트 창문 밖으로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한편 전기료 걱정만 없다면 디지털 액자를 사용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히말라야의 눈 덮인 산, 몰디브의 산호초 사진을 큰 액자로 보고 있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특별한 요리를 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

머리를 활성화 하는 것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저절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첫째 필요성을 깨닫고, 둘째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실행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감각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깨어난다.
박형종   2016-11-12 (토) 23:54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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