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나들이 옷을 사러 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새 옷을 입어보는 것은 더욱 질색이다. 어렸을 때 막내라서 형들의 옷을 물려받아 입는 것이 당연했었고, 옷가게를 가본 기억이 없다.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아내와 시훈이는 옷을 사러 가는 것을 꽤 좋아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옷을 구경하러 다닐 때 나는 벤치에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며칠 전에 여주아울렛에서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세일 가격에서 20%를 추가로 할인한다는 문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내 스마트폰으로 왔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말에 아내는 내 신발과 시훈이 신발을 사러 아울렛에 가고 싶다고 했었다. 나는 이벤트와 볼거리가 많을 것 같아서 가보자고 했다.
가는 길에 휘발유를 넣고, 자동세차를 하고, 10시 20분에 도착했다. 원주에서 40분 거리다. 아직 사람들이 없어 한가했다. 시훈이는 엄마와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내 옷을 사주겠다고 뉴발란스 인터넷몰에서 겨울옷을 보아둔 것이 있었다. 거기서는 12만원이었는데 아울렛에 와서 보니 8만원인데도 품질이 좋은 겨울 점퍼들이 널렸다. 많은 매장들이 작년 재고를 최초가격에서 70%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재작년 물건은 80% 할인해서 팔았다. 나는 이게 웬 횡재냐 싶었다. 뉴발란스에서 두 개를 사고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두 개를 더 샀다. 아내는 뉴발란스에서 신발도 세 켤레 샀다. 이들을 다 합쳐도 핸드백 매장의 작은 지갑보다 싸다. 이런 맛에 아울렛에 오는가 싶었다. 이번에는 옷을 입어보는 것이 하나도 귀찮지 않았다.
점심 메뉴를 20% 할인하고, 아이스크림도 20%, 위니비니 캔디도 20% 할인했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푸드 트럭에서 핫도그와 햄버거를 사서 먹었다. 푸드 트럭들과 마켓 물건들이 벼룩시장 같은 젊은 분위기를 풍겼다. 3시에는 그 옆에서 노래 공연을 했다. 군데군데 특이한 모양과 색깔의 나무들이 가을 정취를 실컷 뿜어냈다.
90%~75% 할인이라는 미끼로(실제로는 그 안에 그렇게 파는 물건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을 한 시간이나 줄서게 한 나쁜 상술을 부린 가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흥겨웠던 나들이였다. 매년 이맘때 이런 행사를 하는 것 같은데 덕분에 결혼기념일 선물을 싼 가격에 구할 수 있고 적절한 때 볼거리가 풍성한 나들이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아내와 아이들이 옷을 구경하러 다니는 사이에 나는 모자를 살펴보았다. 쓰고 다니는 용도가 아니라 잠깐 캠핑의자나 리클라이너에서 잘 때 안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결국 아울렛에 내가 원하는 모자는 없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겨울 점퍼에서 떼어낸 후드가 그런 용도로 딱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다소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몇 년 동안 온라인 작업에 치우쳤지만 오프라인 활동도 중요하고 해야 할 것이 많다. 이제 미뤄 놓은 것들을 할 시점이다. 그것들도 바다소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