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담임학생들 명선이는 요즘 며칠째 제일 먼저 교실에 오는데, 오늘은 급기야 나보다 먼저 와서 교실 문앞에 서 있었다. 제일 먼저 오면 장점이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생활에 대해, 벌점에 대해, 공부에 대해.. 하루 몇 분씩 다른 친구들이 오기전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냥 하소연을 들어줄 때도 있고, 같이 공감할 때도 있고, 조언을 해줄 때도 있다.
오늘 담임시간에 5반에서 김동기, 김예린, 정태윤, 한재연이 내 교실로 왔다. 1반과 5반 아이들이 전부 바꿔서 들어가보자고 작당한 모양이었는데 이렇게 4명만 왔고, 우리반에서도 4명이 갔다.
이렇게 바꿔보니 다른반 학생들의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은 아마도 다른 담임선생님의 스타일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5반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마치 애국조회 때 연설하듯이 발표를 시키시는 모양이다. 오늘은 김예린이 발표를 담당한 날이었는데, "김신영의 점수를 말해봐"라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패러디한 유튜브 동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걸로 대신했다. 그것을 찾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내 조그만 노트북으로 보여주려니 친구들의 반응은 별로 였다.
나는 간단한 공지만 말하고(이것이 내 스타일?), 아이들은 1교시 수업을 위해 총총히 교실을 나섰다.
나는 담임학생 한 명을 남으라고 해서 즉석에서 개인적인 상담을 짧게 하였다. 모의고사 점수에 대한 것으로 시작해서 생활에 대한 것까지 3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즉흥적인 시간이 격식을 차린 몇 시간의 만남보다 오히려 유익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커피를 여러잔 마시고 잠을 거의 안자는 모양이었다. 적당히 잘 수 있도록 하루 하루 자는 시간을 늘리고,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기로 나와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그리고 내일 담임시간에 오늘 몇 시간 잤는지 말해주기로 했다.
다시 교실이 조용하다. 담임시간을 바꿔서 들어갈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신입생들의 활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흐믓했다. 예전에 5기가 3학년 때 물리 수업과 화학 수업을 바꿔서 들어가는 장난끼를 보여준 이후로 그런 활기찬 모습을 본 적이 드물었다.
이번에 15기는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아이들도 섞여 있는 것에 대해 서로 자연스러워 했고, 나도 마치 그 동안 계속 같은 반이었던 것처럼 편했다. 이런 느낌이 졸얼할 때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