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에서의 즐거움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처가가 있는 금산에 당일로 갔다 왔다. 내려갈 때 차가 많이 막혔다. 장모님이 차려주신 점심을 먹고 피곤했는지 장모님과 아내가 산에 고사리를 캐러 간 사이에 잠이 들었다. 막내 처제를 보고 저녁 무렵 올라왔다. 혁신도시의 용우동에서 저녁을 먹고 라뜰리에김가에서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먹었다. 7일 토요일에는 시훈이가 경복궁 야간 관람을 신청해놓았었다. 원래는 기차로 가려고 했는데 들를 곳이 많아서 자동차를 타고 갔다. 어버이날을 맞아 인천에 가서 어머님과 점심을 먹고 서울로 와서 현대시티아울렛을 구경했다. 파이낸스빌딩에 종일 주차를 하고 전철로 가려고 했는데 시티아울렛이 주차비가 무료라서 바로 거기로 갔다. 마침 연등제를 준비한다고 한 차선이 의자로 점령되어 있어서 종로에서 동대문으로 가는데 정체가 심했다. 그래도 매번 지하로만 다니다가 내 차로 길 위를 달리니까 흥겨웠다.
현대시티아울렛은 아내가 추천했을 때 교보문고가 있어서 갈 마음이 생겼다. 각 층에 옷뿐만이 아니라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전자기기, 음향기기, 레고 등이 배치되었고 층마다 특색 있게 카페들이 꾸며져 있어서 매장 설계가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하2층의 푸드코트와 9층 식당가의 가게들도 하나같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시간에 쫓겨서 각 층을 대충 구경하고 교보문고에서 『사피엔스』와 시원이의 바이올린 책, 필통 등을 샀다. “자연은맛있다”에서 저녁을 먹고 전철을 타고 경복궁으로 가서 야간 관람을 했다. 경회루에서 열린 국악 공연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입장마감 10분 전에 들어가서 한 시간 정도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고 정문을 빠져나오니 바로 문을 닫았다. 10시였다. 광화문에서 종각역까지 연등제에 나온 작품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전철을 타고 시티아울렛에 도착하니 영업 종료 30분 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빠듯했다. “백미당”에서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꽉 찬 하루를 마무리했다. 시티아울렛과 경복궁은 조만간에 다시 한 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30분이었다.
일요일에는 각자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기로 했다. 시훈이는 결국 깨워야했지만. 하나 둘 텔레비전 앞으로 나와 시티아울렛의 삼송빵집에서 산 단팥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커피를 볶고, 시훈이와 함께 집을 간단히 청소하고 정리하였다. 처제가 가져온 치킨으로 점심을 먹고 내가 볶은 커피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날씨가 좋아서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웠다.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잡지책을 읽다가 마트에 갔다. 시훈이가 사진을 응모해서 받은 쿠폰을 출력하여 저녁에 구워먹을 소고기와 전복과 키조개완자를 샀다. 어버이날이라고 시훈이가 한턱을 쏘는 것이었다. 윤시윤씨가 새 멤버 윤동구로 활약한 1박2일을 보면서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밤이 되자 지난 여행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안방에 처박혀 있던 플로어스탠드를 리클라이너 옆에 옮겨놓았다. 천장의 형광등은 리클라이너를 눕혔을 때 눈에 빛이 많이 들어와서 불편한데 스탠드의 노란 불빛은 간접조명이라 훨씬 편했다. 테스트만 하려 했는데 스르르 두 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 리클라이너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작업을 하기 보다는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리클라이너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할 펜과 종이를 옆에 두고 쉬거나 종이책을 읽는 정도가 좋은 것 같다.
시원이는 오늘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중간 중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다고 문자가 오고 아침저녁으로 전화한다. 즐겁게 잘 다니는 모양이다. 저녁은 아내와 단 둘이 김밥과 라면으로 먹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위치를 바꿔서 거실 1인 소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만든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셨다. 카페에서처럼 맛있었다. 그리고 모처럼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가서 한 시간 정도 원주천을 걸었다. 바람이 따뜻했다.
휴식을 하면서도 왠지 불안하고 뭔가를 같이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되곤 한다. 그러면서 정작 온전하게 쉬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는 상황이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산책을 나가기 직전에 시간과 장소에 대한 구분이 해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퇴근하는 차 안에서 퇴근 후의 일과를 생각해보았었다. 밥을 먹을 때는 상대방과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커피를 뽑을 때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에 골몰하고,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효율적으로 금세 해치우는 단순한 일과를 떠올렸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당면한 과제를 몰입해서 해결하면 된다. 공간적으로는 가령 리클라이너에 앉으면 그냥 잘 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책상 앞에 앉으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리클라이너에 앉으면 제대로 쉬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뤄야한다는 부담은 버리는 것이 좋다.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환하게 빛이 나는 법이다. 내가 경복궁에 입장하지 못할까봐 안달하지 않았던 것도 거기로 가는 여정 그 자체를 즐기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입장마감 시간에 걸려 구경하지 못했더라도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것을 구경하러 다니면 그만이다. 학생인 경우 좋은 점수가 아니라 알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비록 점수가 좋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없는 높은 점수는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허망할 뿐이다. 대학을 가고, 직업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그 모든 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략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행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