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2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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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부

어느덧 12월도 중반을 넘었다.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은 것이다. 어제 금요일 저녁을 먹고는 서재에서 기하학 책을 읽었다. 그동안 계속 수학공부를 하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책에 손이 가지 않았었다. 시간이 없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자연스레 어떤 부담의 벽이 사라진 기분이다.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읽기 시작하니 금세 빠져들었다. Introduction to Geometry라는 책인데 사각형 부분을 듬성듬성 읽었다. 밤 11시쯤에 피곤해서 책을 덮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7시부터 이번에는 머리말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욕실 곰팡이를 제거하는 락스를 뿌려놓고 아침 식사로 서재에서 작은 떡 한 개와 바나나와 우유를 먹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그리고 점심 먹을 때까지,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도 계속해서 오후 4시까지 책을 보았다. 모처럼 이틀에 걸쳐서 수학책을 읽으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번 겨울은 이래저래 수학에 빠져서 살 것 같다. 시훈이에게도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수학을 많이 공부하라고 말해주었다.

벤치프레스, 아령 등 간단한 운동기구를 서재에서 거실로 옮겨 놓았다. 아무래도 가까이 있어야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될 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보면 허리나 다리 건강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50분 앉아 있었으면 10분 정도는 윗몸 일으키기나 스트레칭을 하면 좋을 것이다.

차를 세차장으로 끌고 가서 자동세차하고 무한도전을 보면서 저녁을 먹고, 감자칩을 먹으면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보았다. 120인치인 화면이 시원하고, 우퍼에서 나오는 소리도 짱짱해서 자동차 레이싱이 리얼했다. 시훈이는 영화에 나오는 차 이름을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럭셔리카에 관심이 많고 미니카도 수집하지만 나는 그런 차를 타보고 싶다는 로망이 없다.

영화에서 보여준 아부다비 같은 멋진 여행지들이 많지만 공부하는 것만큼 좋은 여행은 없는 것 같다. 수학책을 읽는 것은 안전하면서도 스릴이 있고, 한 달 이상 여행하고도 돈은 책 값 2만원이면 된다. 이렇게 환상적인 여행은 또 없다. 세상의 많은 뉴스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주변의 사소한 일들이 기분을 울적하게 할 때, 또는 열광적인 상태라기보다는 잔잔한 마음으로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른 아침의 은은한 햇살을 즐기고 싶을 때 수학책을 펼친다. 여행 준비물은 종이와 볼펜 하나면 된다. 마음의 준비로 호기심과 설렘, 모험심과 여유로움을 지니면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집중력과 끈기, 상상력을 발휘하면 어렵지 않게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다. 배낭끈을 두 손으로 붙잡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른 아침에 잠옷 차림으로.
박형종   2015-12-19 (토) 23:5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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