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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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

머리가 띵하다. 교실에서 암모니아 냄새에 중독된 것인지, 지난 이틀 연속으로 새벽 두 시까지 바다소에 시간기록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잠을 못 자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바로 산책을 나갔다.

그제 일요일 아침에 원주천을 산책하다가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이 났다. 나는 때때로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거나 살 물건을 검색하면서 시간을 너무 쓰곤 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까운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정작 해야 할 일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벼운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해 줄 방법에 대해 지난 며칠 동안 고민을 했는데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에 산책하다가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다.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의식할 수 있다면 첫째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둘째 더 좋은 일에 시간을 쓰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의식하고 의식하지 못하고는 굉장한 차이가 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것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에만 비로소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어제 월요일 마침 학교가 휴무라서 집중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쉽게 되는 듯이 보였다가 막판에 글꼴이 깨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투박한 방식으로 구현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돈이나 물건을 쓰는 것과 달리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간을 쓰는 것에 서투르다. 시간이 무한히 많은 것처럼 펑펑 쓰다가 막판에 가서야 시간이 없어서 쩔쩔 맨다. 시간을 어디에 썼느냐에 따라 그가 누구인지가 정해진다. 마치 조각가가 커다란 대리석을 정으로 쪼아감에 따라 형체가 드러나듯이 시간이 조금씩 떨어져나감에 따라 그가 누구인지 드러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또 다시 나를 위한 것이다. 쓰지도 않을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시간과 건강을 축낸 것인지 아니면 더 알찬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였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 프로그램이 마음에 든다. 재미있는 시간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형종   2015-11-17 (화) 22:24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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