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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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15년 된 자동차가 말썽을 부리더니 점입가경이다. 추석을 앞두고 타이어를 점검 받으러 갔는데 그곳 사장님 덕분에 엔진오일과 냉각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엔진오일을 갈고 냉각수를 보충했더니 냉각수에 녹물이 낀 것이 발견되었다. 어제 자동차공업사에서 녹물 클리닝 서비스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엔진 실린더에서 따닥따닥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결국 공업사 사장님이 소개해준 엔진전문 정비소로 견인되었다. 수리비가 엄청 나올 것이다.

어제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혁신도시로 자전거를 탔다.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지만 완공되어 임대를 기다리는 상가 건물들도 많았다. 차를 공업사에 맡긴 후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트로이라는 카페로 가서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개천 옆에 있고 넓은데다가 오전이라 사람도 없어서 쾌적했다. 커피 맛이나 인테리어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는 카페다. 모카번과 같은 빵도 바로 구워서 맛이 좋았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나는 근처의 짜장면 집으로 걸어가고 아내는 집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점심을 먹고 집에서 커피를 볶고,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기어s2라는 스마트워치를 구경했다. 구경하기 전에는 살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손목에 차보니 시계라는 것 자체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 시계를 차지 않은지가 20년도 더 되었다. 이마트도 갈까 했었는데 이 때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공업사 사장님의 전화를 받고 공업사로 달려가느라 일정도 틀어지고 쇼핑할 마음도 싹 사라져버렸다.

오늘은 아침에 원주천을 산책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참 좋았다. 아침을 먹고는 어제 볶은 커피와 며칠 전에 볶은 커피를 커피머신으로 내려서 아내와 함께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를 비교하며 마셨다. 다행히 새로 볶은 것이 더 맛있었다. 커피원두의 종류, 볶은 정도, 숙성 시간, 추출 시점, 분쇄 굵기, 머신 종류에 따라 맛이 어떻게 되는지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다.

화분에 물을 주고, 머리를 깎고, 유선과 무선 진공청소기의 먼지통을 비우고 물로 헹궜다. 유선 진공청소기에는 머리카락과 먼지가 너무 많이 뭉쳐 있어서 손으로 꺼내지 못하고 가위로 잘라내야 했다. 점심은 아내가 만든 잔치국수. 새로 산 청소솔로 욕실을 닦고, 자전거를 칫솔로 청소했다. 아이들도 각자의 자전거를 닦았다. 오후 4시쯤에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원주천으로 갔다. 상류로 한참을 올라가니 멋진 갈대밭이 나와서 사진도 찍었다. 자전거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달았는데 거기에 스마트폰을 꽂고 움직이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스포츠캠도 있기는 하지만 번거롭게 그것을 달 필요가 없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러 저녁 먹을거리를 샀다. 1박2일을 보면서 내가 만든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로 저녁을 먹었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가끔 하는 요리다. 저녁 먹고는 나 혼자 산책을 했다. 코끝이 제법 추위를 탄다.

어제 오늘 내가 좋아하는 낮잠도 자지 못했다. 어제는 자동차 수리 때문에, 오늘은 이것저것 청소하느라 피곤하다. 낮에는 날씨가 좋아서 이웃 동네인 춘천에 가서 아내가 블로그에서 발견한 멋진 곳을 구경할까도 싶었으나 자동차도 수리 들어갔고, 그 멋진 곳이 많은 사람들로 혼잡할 것을 생각하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늘 이렇게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람들은 청소를 귀찮아한다. 그렇지만 진공청소기의 먼지통을 비우지 않으면 언젠가 더 이상 먼지를 빨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욕실 청소를 게을리 하면 타일 줄눈과 실리콘에 곰팡이가 핀다. 자전거에 먼지가 끼면 곧 녹슨다. 청소가 귀찮기는 하지만 욕실이 하얗게 변하는 것, 햇볕을 쬐면서 청소기를 분해하고 씻는 것, 칫솔로 살살 문지르면 자전거가 점점 깨끗해지는 것은 작은 기쁨을 준다.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힐링을 하거나 판타지에 빠져보는 것도 좋지만 그 동안 정작 중요한 것이 녹슬거나 썩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주변이나 물건들을 가볍게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엔진을 수리하고 내 차가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내가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 몸과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몸을 잘 관리하고 정신을 깨끗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우환을 막을 수 있다. 산책은 그 두 가지를 함께 챙길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최대한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단순할수록 관리하거나 청소할 것이 준다. 두텁게 쌓인 먼지를 닦아내면 삶의 본질이 투명하게 빛날 것이다.
박형종   2015-10-04 (일) 22:39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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