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 카페 서재에 "서점 & 카페"라는 아크릴표지판을 달았다. 요즘 참 좋은 세상이다. 이미 나와 있는 디자인샘플에 자기가 원하는 문구만 써 넣으면 나만의 아크릴표지판을 만들 수 있다. 돈은 배송비까지 해서 만 천원이 들었다. 수많은 샘플 중에서 어떤 디자인을 고르고 어떤 문구를 써 넣을 지를 놓고 꼬박 하루를 고민했다. 공부방, 휴게실, 사장실, 대표이사실 등도 잠깐 후보에 올랐던 문구였다. 원래 내가 고른 샘플에 있는 바탕은 파란색이었는데 디자이너가 센스 있게 제목에 어울리는 고동색 바탕 버전도 만들어서 두 가지 시안을 보여주었고 나는 당연히 고동색을 골랐다. 배송에 문제가 있어서 하루 늦게 오늘 저녁에서야 받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그게 뭐 대단한 것이라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아크릴표지판을 만들 생각은 지난 일요일 산책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제목을 "서점 & 카페"로 한 이유는 세 가지 뜻에서다. 지금 사는 집을 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서점과 카페다.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것도 서점과 카페가 함께 있는 가게다.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것이다. 서재를 드나들 때마다 이 표지판을 보면서 그 꿈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다.
또 하나의 뜻은 지금의 서재를 서점과 카페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먼 곳에 있는 꿈도 좋지만 현실 가까운 곳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큰 꿈을 위해 노력하되 지금 있는 곳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나는 차차 서재를 서점과 카페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바꿀 것이다.
세 번째 뜻은 마치 서점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자는 것이다. 조앤 롤링은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썼다고 한다. 문학가들뿐만이 아니라 요즘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집에 있는 카페라면 눈치를 볼 것도 없이 하루 종일 있어도 된다. 오래 머무는 공간이 편하고 즐겁다면 더 좋은 결과가 더욱 많이 나올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한 일만 시간의 법칙은 진리의 일부분일 뿐이다. 온전한 진리는 “시간×효율”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투입된 시간의 양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질적인 부분도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효율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서늘한 바람을 타고 귀뚜라미 소리가 끊임없이 베란다 창으로 들어온다. 작은 아크릴표지판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