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반장과 세탁기 집에 오면 밥을 먹고 9시정도까지는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마음같아서야 혼자서 좀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과 놀려고 저녁 회식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얼마전까지는 장기를 매일같이 두 세판씩 두다가, 요즘은 뱀주사위 놀이, 인생게임, 추리왕 같은 보드게임을 같이 한다. 간혹 젱가, 오목, 바둑 등도 메뉴에 오른다.
거실을 서재로 바꾸는 집이 들어난다지만, 나는 텔레비전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녁을 먹고 무한지대 큐를 함께 본다. 하루중 내가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나서 한 시간 정도가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다.
오늘 시훈이는 기분이 좋았다. 학급에서 부회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반장을 회장, 부반장을 부회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회장으로 뽑히지 않을까봐 부회장에 나갔는데 36명 반 친구들에게서 19표를 받아 5명의 후보 중에서 부회장이 되었다고 자랑하였다.
나는 초,중,고 12년의 학창 시절 내내 후보로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런 것은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런데 시훈이는 자신이 생겼는지 내년에는 회장도 나가볼까 하는 생각인 것 같다.
서재에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시원이가 고장난 세탁기를 들고 왔다. 아~ 오늘도 일찍 내 일을 시작하긴 글렀군하고 바로 컴퓨터를 껐다. 몇 달 전에 물려받은 장난감 세탁기는 처음부터 건전지를 넣어도 돌아가지 않았었다. 그 동안 아빠의 게으름이 수리를 미루었다. 작정하고 시원이가 서재로 들고 왔으니 오늘은 기필코 고치리라.
막상 시훈이와 함께 달라붙어 수리를 하니 20분 정도만에 고칠 수 있었다. 장난감이지만 버튼을 누르면 모터가 돌아가고, 물을 넣고 호스로 뺄 수 있으니 제법 그럴듯하다. 시원이는 당장 욕실로 가져가서 작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시원이도 오늘 기분이 좋다.
9시가 조금지나 아이들이 잠자러 안방에 들어갔다. 비로소 내게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나는 오늘 슈퍼맨처럼 먼 우주로 날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