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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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교환

오늘 저녁 나는 시훈이가 나보다 낫다는 말을 했다. 아내는 저녁 먹고 부엌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었고, 나는 거실 통로에서 시훈이방 앞의 인터넷 공유기함에 먼지가 들어가지 말라고 비닐을 붙이고 있었다. 오늘 낮에 인터넷 엔지니어가 모뎀을 교체해주러 왔는데 배선이 복잡해서 두 시간 반이나 고생했다. 아내는 자기 혼자 있을 때 기술자가 오면 막막하다고 했고, 나는 그럼 시훈이가 있을 때 오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내는 “시훈이가 아빠랑 실력이 같다는 뜻인가요?"라고 물었고, 나는 “시훈이가 나보다 더 나아!”라고 대꾸했다. 진심이었다. 시훈이는 낮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며 기사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시훈이는 기말시험 공부를 하다가 내 말을 들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시훈이는 나보다 잘 하는 것이 많다. 악기를 여러 가지 다루고, 음악을 듣는 귀가 발달했고,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 지금 중3인데, 고등학교 때는 나보다 몇 배 더 나을 것이고, 대학 때는 몇 십 배,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몇 백배 더 나을 것이다.

나는 공유기함을 정리하고 원주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멀리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한 두 방울 비가 내렸다. 어느 때보다도 상쾌했다. 일주일 전부터 머리를 맴돌던 삶의 교환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삶을 어떤 것들과 교환한다. 일을 돈과 교환하고 다시 그 돈을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데 교환한다. 그것은 제로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지식이 쌓이고 가치가 생겨난다. 한편 시간도 끊임없이 다른 것들로 교환된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놀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는 데 시간이 사용된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교환은 자기를 자기의 아이들과 교환하는 것이다. 이런 교환이 없었다면 인류는 100년도 안 돼 멸망했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를 낳고 자기보다 더 낫게 키워야 한다. 그것이 인류가 발전하는 길이다. 그러고도 에너지가 조금 남는다면 그것을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교환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어제 알람을 꺼놓고 잘 수 있어 행복했다. 그래도 눈 떠 보니 아침 여섯 시였다. 평일에 출근할 때보다 더 일찍 깨어났다. 자전거를 타고 아직도 망치소리가 요란한 혁시도시를 한 바퀴 돌았다. 집에 오니 여덟 시였다. 화분에 물을 주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들과 아침으로 빵을 먹고, 아내와 커피를 마시고, 수학을 조금 보다가, 몇 년 만에 시원이랑 바둑을 뒀다. 나는 어제 문뜩 방학도 가까워오고 맨날 공기놀이 하자는 시원이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며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오늘 아침에 백년손님이란 예능 방송에서 장인어른과 어울리려면 바둑이나 장기 같은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시원이가 베란다에서 바둑판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텔레파시라는 것일까?

점심으로 원주에 오신 장인어른, 장모님, 처제 가족과 함께 치악산 아래에서 해신탕이라는 음식을 먹었다. 닭, 문어, 꽃게, 전복을 넣고 끓이는 전골이다. 집에 와서 모뎀 설치하는 것을 지켜보고 안방에서 낮잠을 잤다. 시원이방 싱글 침대에서 자다가 햇볕 잘 드는 안방의 큰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한 시간 반 정도 자고 일어나니 무한도전 방송할 시간이었다. 저녁으로 비빔밥을 먹으며 아이들과 깔깔거리며 무한도전가요제 그 첫 번째 방송을 보았다.

삶은 궁극적으로 행복과 교환되어야 한다. 중간에 잠시 다른 것과 교환될 수는 있지만 오래 미뤄 놓아서는 안 된다. 오늘 행복을 찾는 것이다. 자잘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과정에 행복을 느끼면 된다.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당장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것에 잠깐 시간을 내어주자. 바로 신발을 신고 걷는 것도 좋다. 튼튼한 두 다리로 걷을 수 있고,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박형종   2015-07-04 (토) 23:57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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