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서로 꼬여 빚어내는 것이 틀림없다.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운이 좋았다고 하고(겸손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운칠기삼이란 말도 있는 것을 보면 우연이 성공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집 근처에 생긴 과천시민회관 실내링크에 6살 때 피겨스케이팅 여름방학 특강반을 등록한 것은 우연이었다. 김연아의 어머니는 심심한 방학 때 유익한 놀거리를 제공해주겠다는 가벼운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우연이 그가 지닌 능력과 노력을 만나면서 필연을 약속하게 된 것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전에도 도박사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연아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의 금메달은 이미 필연이었다.
지난 주에 신입생의 물리1 수업을 두 번 할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수업 때는 26명의 학생들이 대형 강의실의 곳곳에 흩어져서 옆의 친구와 잡담을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마 다혈질인 선생님이라면 큰 소리가 날 법도 했으리라.
나는 대신에 차분하게 학생들에게 수업에서는 앞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했다. 앞에 앉을수록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생님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또렷하게 들린다. 한편 뒤에 앉을수록 거리가 멀어져서 선생님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반면 앞뒤 양옆에 있는 친구들의 잡담이 더욱 크게 들릴 것이다. 따라서 뒤에 앉을수록 효율이 매우 나빠진다.
재미난 점은 이 단순한 사실에 우연과 필연의 힘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와는 달리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은 모든 수업에서 교실을 옮겨다니며, 어디에 앉을 지는 전적으로 자기의 선택이다. 따라서 단순히 생각하면 어떤 학생이 어디에 앉느냐는 매 시간 누가 먼저 교실에 도착하느냐 등등의 우연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난 십년간 관찰해온 바에 따르면 한 수업에서 뒷자리에 앉는 학생은 다른 수업에서도 그럴 경향을 갖고 있다. 즉 뒷자리가 더 편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앞자리가 비어 있어도 뒷자리에 앉는다는 것이다. 그런 생활이 3년 지속되면, 결과는 뻔하다. 필연적으로 성적이 전체적으로 나빠진다. 처음 입학할 당시에는 실력이 균등했을지 몰라도, 자습 시간이나 주말에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성적은 자꾸만 뒤로 밀려난다.
반면, 우연히 한 두번 앞에 앉아보니 그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일부러 매 시간 앞자리에 앉을 것이고, 비슷한 노력을 해도 전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필연적으로 그 학생은 3년 뒤에 좋은 곳에 진학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앞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이틀 뒤 두 번째 수업 시간.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앞쪽으로 전진해서 앉았고, 모두 앞자리로 만들어 달라는 말되 안되는 요구도 하였다. 심지어 맨 뒤에 앉았다고 투덜대는 학생에게 내 옆에 앉으라고 하였더니 정말 책을 들고 내 옆 앉아 한 시간 내내 수업을 들었다. 이들은 다른 시간에도 그런 자세로 수업을 들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연이란 무엇일지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