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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즐거움

쇼핑은 즐겁다. 쇼핑이 왜 즐거운 것일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늘은 갑자기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금요일 밤이라 일주일의 피곤이 쌓여서 눈이 감길 정도지만 이 글을 쓰려고 하니 잠이 확 달아난다.

그런데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품목이 다르다. 나는 전자제품이나 카메라를 살 때 즐겁다. 책은 인테리어나 자기계발서를 좋아한다. 나에게 있어 쇼핑 우선순위는 건강과 자기계발이다. 반면에 아내는 옷을 사거나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는 옷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아내와 아울렛 갈 때가 가장 힘들다. 아울렛은 시내와 동떨어진 곳에 홀로 있어서 아내가 옷을 구경하는 동안 달리 할 것도 없다. 그래도 가끔 간다. 앞으로는 노트북이라도 챙겨서 아내와 아이들이 옷을 구경하는 동안 카페에서 인터넷을 할 생각이다.

시훈이는 한때 레고에 빠져 있다가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 자동차, 손목시계, 옷에 관심이 많고, 아직도 종종 마트에서 미니카를 산다. 시원이는 클레이나 연필, 지우개 등의 학용품을 잘 산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최근 살까 하고 열심히 조사한 품목은 미니노트북, 윈도우태블릿, 자전거, 미니pc, 서재테이블, 스포츠캠, LED텔레비전, 4K 모니터, 4K 컴퓨터본체, 드론, 휴대용 스캐너였다. 정말 하나같이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었고 어떤 것은 구입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결론적으로 일단 오늘 휴대용 스캐너를 산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른 것들은 추후 상황을 봐가면서 살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나는 20년쯤 전에 휴대용 스캐너를 산 적이 있었는데 그 동안 얼마나 성능이 개선되었을 지 기대가 된다.

물건을 사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조사한 시간이 낭비는 아니다. 여차하면 사려는 생각으로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상품 설명을 열심히 읽다보며 그 제품에 대해 훨씬 잘 알게 되고, 그 분야의 기술적 진보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쇼핑이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사려고 조사할 때 우리는 시험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이 배운다. 쇼핑을 하면 피곤한 이유는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아끼고 안사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물건을 사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무소유의 삶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이지도 않다. 우리는 적당히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돈, 시간, 공간, 노동력 등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 좋은 것을 보는 안목,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참을성이 중요하다. 쇼핑할 때 다음 몇 가지 사항을 따져본다면 더욱 유익하고 즐거운 쇼핑일 될 것이다.

1. 작은 것을 고른다. 우리 집 거실에 있는 4인용 소파는 너무 크다. 내가 물건을 보는 안목이 없던 10년 전에 잘못 샀다. 그렇지만 아까워서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건이 클수록 지낼 공간이 줄어든다. 카메라 같은 것도 작고 가벼운 것이 좋다. 예외는 있다. 테이블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녀석인데, 공간에 여유만 있다면 큰 테이블이 좋다. 공부하거나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테이블은 답답하지 않은 크기를 추천한다. 침대는 큰 것이 편하고 텔레비전은 큰 게 몰입감이 좋다. 자동차는 큰 게 안전하다.

2. 중고를 산다. 내가 2년 전에 구입한 그랜져 자동차는 당시 만들어진 지 12년이 지난 것이어서 새 것의 십 분의 일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중고자동차는 값이 쌀 뿐만이 아니라 등록비도 싸고, 보험료도 싸며, 매년 세금도 할인 된다. 그리고 스크래치가 생겨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캐논카메라와 렌즈도 중고로 반값으로 사서 잘 썼고, 작년에는 자전거도 두 대 중고로 샀다. 최근에는 갤럭시노트2라는 스마트폰을 중고로 두 대 샀다. 종종 책도 중고로 산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집은 되도록 새 집을 사는 게 좋다. 새 집에는 최근의 건축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 같은 입지라면 그만큼 더 편리하고 쾌적하다. 가장 비싼 것이기는 한데 새 것을 산다고 중고자동차처럼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 급하게 팔 일이 생겼을 때 새 집이 더 잘 팔리고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경우도 있다.

3. 당장 살 것은 당장 산다. 당장 살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공기청정기, 가습기, 정수기, 전기레인지, 좋은 냄비, 편안한 침대, 운동기구 등이다. 늦게 살수록 건강만 그만큼 나빠질 뿐이다. 다만 런링머신처럼 부피가 크고 이용 확률이 낮은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당장 살 것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공부에 필요한 책, 작업에 필요한 노트북, 편한 책상과 의자 등이다. 요즘처럼 지식이 강조되는 세계에서 자기계발에 뒤떨어지면 곤란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그것과 연동되어 개발되고 있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인터넷 기능이 없는 2G폰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것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혼자서 동굴에 들어가서 살겠다는 뜻이다. 칼이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서 집에서 칼을 치우는 것과 같다. 도구를 통제하고, 좋게 쓰는 법을 배우는 게 올바른 길이다.

4. 나중에 살 것은 목록에 가격을 적어 놓는다. 위시리스트를 만드는 것인데 이 때 그 시점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가격을 적어 놓는 것이 좋다. 나중에 그 리스트를 보면 필요 없어진 제품도 있고,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내 목록을 보니 갤럭시노트2는 2013년 5월에 56만원이었고, 2014년 3월에는 38만원이었다. 나는 더 기다렸다가 2015년 1월에 18만원을 주고 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쇼핑을 참는 것에 대해 보상이 된다. 중고자동차, 대형 텔레비전, 카메라, 컴퓨터, 노트북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거나 가격은 비슷하더라도 성능이 크게 향상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목록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게 정답이다.

5. 돈의 흐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꼭 필요하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많은 돈이 든다면 자제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아시아의 나라들이 일시적으로 외화가 부족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대기업들이 망했고, 알짜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헐값에 팔렸다. 국가와 기업도 그럴진대 개인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사거나 할부로 사는 것도 되도록 피한다. 돈의 흐름에 무리가 된다면 사지 않거나 중고로 싸게 사는 방법을 찾는다. 몇 달이고 돈을 모아서 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6. 해외여행은 필요성을 잘 따진다. 여행은 설레는 것이고 배우는 것도 많다. 더구나 요즘은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간편하게 해외여행 상품을 살 수 있다. 나는 유학시절에 혼자서 프랑스 남부 지중해 지역을 다닌 것,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 것, 아내와 함께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한 것, 학생들과 유럽 여행한 것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여행은 돈이 많이 들고 피곤한 일이며 지역에 따라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여행에서 진짜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잘 따져야 한다. 단지 멋진 자연 경관을 즐길 생각이라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겨울에 따뜻한 곳을 찾는 것이라면 방안의 온도를 1도 올리고 지내면 된다. 힐링을 위해서라면 자전거를 타거나, 동네를 산책하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근처의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단지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원하는 것이라면 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일상 자체를 활기차게 리모델링하는 편이 백번 낫다.


쇼핑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그것은 당연히 즐거워야 한다. 쇼핑은 문화다. 자기가 어려서부터 즐거워했던 것, 즐거움을 보상 받았던 것을 어른이 되어서도 쇼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강릉 참소리박물관의 손성목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축음기에 매료되어 한평생 축음기를 사서 모았다. 부모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사는가는 아이들이 무엇을 살 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글을 쓰다 보니 일요일 새벽 3시다. 이 글을 쓰는 중간에 장인어른 칠순잔치로 토요일 청주에 당일로 갔다 왔고 그 사이에 휴대용 스캐너가 배송되어 왔다. 방금 전에 써보니 해상도와 편리성이 매우 만족스럽다. 여러모로 쓸 일이 많을 것이다. 밤이 늦었지만 아침에 아이들에게 이것을 보여주며 신나게 놀 생각에 들떠 있다. 그래서 쇼핑은 즐겁다.
박형종   2015-03-27 (금) 23:22   [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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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   "사람은 적당히 소유해야 한다."
2015-03-29 18:40  
박준성   "적당히"의 범위는 어느 만큼일까요?
2015-03-29 18:42  

박준성님의 댓글에 대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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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박준성   필요한 것+α(취미) 정도가 아닐까? 이것은 개인이 처한 상황, 시대, 과학기술의 발전, 국가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어. 지금 우리에게 적당한 만큼은 다른 나라 사람에게 적당한 만큼이 아닐 수 있고, 석기시대나 조선시대의 적당한 만큼도 아닐 거야.
2015-03-29 20:17  
고근형   중고로 사는 게 의외로 좋더라고요. 책도 중고로 산 책이 더 느낌있고ㅋㅋㅋ 이달 말로 보험 만기되는게 있어서 돈 들어오는데 중고자전거 하나 장만하려고요^^
2015-03-30 01:22  
박형종 고근형   자전거타고 캠퍼스 돌아다니려고? 언덕이 많아서 힘들지 않을까? 나도 자전거 타는 것 엄청 좋아해. 강릉대에서 강사로 일할 때 경포호수를 한 바퀴씩 돌아서 다녔던 때가 환상적인 시절이었지~
2015-03-30 07:01  
손휘승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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