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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주말

어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날이 따뜻했다. 드디어 봄이 오는가보다. 토요일 아침에 화분에 물을 흠뻑 주고 베란다 햇볕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놓았다. 화분들이 좋아하는 것이 느껴졌다. 화분으로 풍성한 베란다를 상상하곤 한다. 낮에는 가족과 원주천을 따라 산책을 했다. 상류 쪽으로 20분쯤 걸어가다가 갯마을이라는 가게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보리비빔밥도 주고 조개도 푸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초록마을 가게 옆 주차장에서 처제 가족을 만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와서는 잠시 환기를 했다. 추운 기운이 하나도 없고 상쾌했다. 그리고는 차를 갖고 다시 나가서 가족과 함께 셀프세차하고 도서관에서 잡지들을 읽었다. 저녁은 무한도전을 보면서 먹었다. 멤버들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체험을 했는데 보기만 했는데도 내가 막 지칠 것 같았다. 역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밤 10시 30분에 잠자러 방에 들어갔는데 훨씬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 눕기 전에 좌식 의자에 앉아 잠시 빈둥거렸다. 잡생각들만 떠돌았기에 그냥 자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블라인드와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는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다. 어제보다 햇볕이 더 좋았다. 1박2일 재방송과 동물농장을 보면서 시원이가 요리한 팬케이크를 우유, 커피와 함께 먹었다. 시훈이는 아침을 먹고 일기를 쓰고 있었다. 나는 어지러운 시훈이 방을 보고 깨끗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고 시훈이는 그제서야 방정리를 하고 청소를 했다. 점심은 아내가 만든 떡볶이와 시훈이가 사온 김밥. 점심을 먹고는 잠깐 동안 아파트에서 열린 입주민 윷놀이 대회를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혁신도시의 수변 공원에 가서 놀았다. 혁신도시에는 지금 한창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아직 전체적으로는 한가한데 비교적 일찍 오픈한 롯데리아에는 사람들이 제법 북적였다. 우리는 아이스카페라떼, 아이스크림, 치킨, 감자튀김을 먹었다.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벌써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시원이는 힘들다고 다시는 자전거 타고 혁신도시로 오지 않겠다고 툴툴거리더니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오빠의 자전거를 탔다. 바퀴가 커서 안장을 최대한 낮춰야하지만 속도가 잘 붙어서 그게 좋은가 보다. 올해는 체인이 헛도는 내 중고자전거와 아내의 중고자전거, 시원이의 자전거를 모두 바꿔야 할 모양이다.

집에 와서 시훈이는 자기방 청소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기청소기로 민다. 아내는 만두를 만들고, 시원이는 거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 나는 sg마트까지 산책했다. 오후 4시 반이었지만 여전히 날씨가 포근했다. 집에 와서는 한잠 자고 1박2일을 보면서 만두를 먹었다. 1박2일은 건강검진을 테마로 충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거기서 팔굽혀펴기 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나도 기구를 베란다에서 찾아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열 개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는데 1년 전에 철봉을 하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치고 나서는 한 개 하는 것도 아파서 힘들었다. 결국 3개 하고 끝났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하나씩 거실로 운동기구를 꺼내놓다 보니 헬스싸이클, 고무줄, 트위스터, 벤치프레스, 훌라후프,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아령이 놓여 있다. 하루에 한 바퀴만 쭉 돌아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행복은 약간의 여유에서 오는 것 같다. 시간의 여유, 공간의 여유, 환경의 여유, 정신의 여유, 체력의 여유, 경제의 여유, 관계의 여유. 이러한 여유를 얻는 것이 여건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안타까운 점은 잘못된 판단과 선택에 의해서 본인 스스로 그런 여유를 해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하나의 선택은 다른 선택에 도미노처럼 파급되며, 그 결과는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행복은 주관적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볕처럼 보편적이기도 하고, 대개의 경우 사회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을 위해 물리적인 조건을 잘 갖추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 양식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나는 이번 주말에 세 번 산책했고, 한 번 자전거를 탔다. 화창한 날씨가 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에서 몇 개의 즐거운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때때로 수학 공부도 했다. 별로 대단한 것을 한 것이 없는 주말이었는데도 행복한 느낌이 든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곳으로 가장 단순하게 접근하면 된다.
박형종   2015-03-08 (일) 23:44   [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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