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3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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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3월 1일

2월 28일과 3월 1일은 하루 차이인데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12월 31일과 1월 1일 만큼은 아니더라도 새 학기를 시작하며 새로운 각오와 희망이 꿈틀거린다.

이번 주에 담임 학생에게 생일 선물로 줄 화분을 사러 집 근처의 "남천식물원"에 두 번 갔다. 나는 처음에는 케이크처럼 먹는 것을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오래 가는 것을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스투키라는 식물이 심어져 있는 예쁜 화분을 골랐다. 그리고 나도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사서 집에 놓기로 했다. 그런데 시원이가 그것을 보자마자 예쁘다며 한 개를 자기 방에 가져다놓았다. 수요일 사서 하루 서재에 놓고 있다 보니 그 식물에 정이 들어서 목요일 한 번 더 가서 화분을 두 개 더 샀다. 그래서 금요일 담임 시간에 화분을 전해주고, 집에는 시원이, 시훈이방과 서재에 각각 하나씩 놓여 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마치 연필처럼 생긴 스투키가 눈을 즐겁게 한다.

어제 2월 28일은 토요일이었다. 금요일 너무 피곤해서 밤 10시쯤 자고 대신 토요일에는 아침 6시 40분쯤 일어났다.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마침내 그동안 미뤄놓았던 숙제를 하기로 했다. 시훈이와 시원이의 공부용 테이블에 앉아 거듭제곱에 대해 A4용지에 정리해보았다. 막상 시작하면 몇 시간 몰입해서 할 수 있는데 정작 시작하기까지가 힘들다. 그렇다고 억지로 할 생각은 아니었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8시 반에 배가 고파져서 아내와 아이들을 깨웠다. 아침을 먹고 시훈이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보여주었다. 이제 중3이 되는 아들의 수학 공부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처제네 식구가 머리를 깎고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잠시 시간이 남는다며 우리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갔고 우리는 원주에 새로 오픈한 모델하우스를 구경했다.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것이 우리 가족 취미다. 새로 개업한 가게도 가능하면 구경 간다. 사업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누구든 새로운 가게를 오픈할 때는 새로운 각오와 희망에 부풀게 된다. 나는 가게의 서비스나 모델하우스의 인테리어 등을 구경하는 한편 그러한 밝은 에너지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간다. 공부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다니는 것도 공부다.

모델하우스에서 나와 점심을 근처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고는 아이들은 시계를 고치고 문구를 사러 홈플러스로 걸어가고 나와 아내는 집 근처의 sg마트에서 개업 2주년 기념으로 연 현금 1천만 원 추첨 행사에 다녀왔다. 역시 현금 1천만 원이 세긴 센 모양이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이벤트에 응모권을 넣은 사람들이 족히 2천 명 정도는 행사장에 모인 것 같았다. 개그맨 홍인규씨가 맛깔스럽게 진행했다. 우리는 담청 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았다.

저녁은 장인어른이 보내준 회를 먹으며 무한도전을 보았다. 무한도전도 이제 곧 10년이 된단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저녁을 거실 좌식 테이블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먹는다. 즐거운 시간이다.

베란다에 빼놓았던 헬스싸이클을 거실로 다시 들여놓았다. 아무래도 눈에 보여야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된다. 그 전에는 거실 한 구석에 놓았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주방과 거실, 현관과 안방을 지나는 교차로 한 가운데에 걸리적거리게 놓았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한다. 역시 그 자전거 옆을 자주 지나치다보니 나는 물론이고, 아내와 시원이, 시훈이가 열심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체가 튼튼해야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오늘 3월 1일 일요일은 20기 입학식이 있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10주년 기념 감사패를 받은 김정수선생님이 한턱내는 점심을 "횡성 순한우"에서 먹었다. 그리고는 황골에 가서 엘레아(ELEA)라는 전망 좋은 곳에서 음료수를 내가 샀다. 집에 오니 5시가 넘었고 피곤해서 늦은 낮잠을 잤다. 저녁 6시 반에 깨어나자마자 회비빔밥을 먹으면서 "1박2일"을 보았다.

저녁을 먹고는 한 시간 정도 서재의 코쿤에 편하게 앉아서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았다. 뭔가 서재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좀 더 뜻 깊은 일은 없을까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문뜩 만들면 좋을 것 같은 바다소 프로그램이 떠오르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바다소 프로그램은 지난 몇 년간 내 여유 시간을 블랙홀처럼 모두 빨아들이다시피 했다.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쓸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다시 시훈이랑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제곱근에 대해 A4용지에 정리해보았다.

주말은 그냥 쉬는 것도 좋지만 조금이라도 보람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박형종   2015-03-01 (일) 23:53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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