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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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방법

퇴근길에 새말 언덕을 내려오는데 귀가 멍멍했다. 빨리 내려온 것도 아니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서도 한동안 그랬다. 아마도 감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 설날에 인천 본가와 금산 처가가 약간 추웠고 잠자리도 불편했고 운전을 오래 해서 밤 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서 컨디션이 별로였다. 그런데도 그제 토요일에는 겨울비가 오는 와중에도 도서관에 갔다가 베스트코라는 마트에 들렀다. 밤에 자는데 기침이 많이 났다. 그런데 또 어제 일요일에는 AK백화점을 구경하고 북스타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이 있었다.

설날 연휴 첫째 날에 인천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우연히 김정운씨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남자의 물건", "에디톨로지"를 읽어서 저자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책을 집어 들게 되었을 것이다. 못다 읽은 부분은 어제 북스타에서 두 시간 정도 읽고, 오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끝까지 읽었다.

책에서 저자는 "재미"와 "행복"이 다양하게 구현되는 한국사회를 꿈꾼다고 했다. 재미가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하고, 일찍 일어나지 말라고 해도 일찍 일어난단다. 갓난아이가 엄마의 감탄에 반응하듯이 어른들도 감탄에 목말라 있다고 말한다. 감탄을 위해 여행을 하고, 산에 오르고, 골프를 치고, 아이들의 선물을 고른다고 한다. 공감하며 책을 끝까지 읽기는 했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재미"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데?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행복해질까? 슈베르트를 듣거나 그림을 그리면 행복할까? 골프를 치면? 글을 쓰면? 저자는 "자신을 바꿔라"는 미국식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고 한다. 사람은 쉽게 바뀌는 존재가 아니며 자신을 바꾸기보다는 주관적 관점을 변화시켜서 맥락을 바꿀 때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선택한 것이기에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재미가 무엇인지는 자기만이 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허탈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너무 간단하게만 쓰여 있다. 예시로 든 것은 훌라후프를 운동기구가 아니라 비닐하우스 뼈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망할 뻔 하다가 대박 난 사업가 이야기 하나 뿐이다. 가령 일이라는 것을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자기최면으로 맥락을 바꾸면 단순하고 지겨운 일도 재미있어지는 것일까?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일이라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하는 재미없는 일을 계속 하던가 굶어죽던가 중에서 선택한다.(물론 일을 계속하는 것을 선택한다.)


나는 감기 기운도 털어버리고 생각도 정리할 겸 오랜만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담갔다. 작년 가을 대학로 마켓에서 시원이가 산 목욕소금도 몇 알 넣었다. 그 소금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고 쓰여 있었다. 시훈이가 이태리타월로 가볍게 등을 밀어주었다. 목욕을 하며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기대했지만 생각이 그렇게 쉽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재미라는 것이 꼭 그렇게 별도로 추구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재미라는 것은 여행을 떠나거나 등산을 하거나 골프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지 않아도 삶 그 자체에서도 찾아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일에서 재미를 끌어낼 수 없다면 사람들은 인생의 절반을 낭비하는 것이다. 물론 자기 일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일을 하면서 마치 새로운 여행지에서처럼 매번 감탄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저녁을 먹자마자 스케줄 프로그램을 다듬어서 담임시간에 학생들에게 공지하는 방법을 구현해보았다. 사실 퇴근 전에 컴퓨터 화면을 텔레비전에 띄어보며 문제점을 확인해보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케줄 프로그램을 다듬게 된 것이다. 10분도 걸리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리고는 나 스스로 감탄한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다니 대단한데!" 뭐 그런 기분이다. 감탄을 얻는 것이 재미와 행복의 조건이라면 구태여 많은 시간을 내거나 큰돈을 들여서 여행을 하거나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감탄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바다소는 내게 고마운 존재다. 나는 아직도 미완성인 바다소를 7년째 만들면서 수백 번도 넘게 감탄했으니 말이다. 아마 이번 글을 올리고 나면 글을 읽으면서 또 스스로 감탄할 것이다.

우리는 일에서 재미와 행복의 반을 찾아야 한다. 나머지 반은 일상에서 찾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경우에서 재미와 행복을 찾는 방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일에서는 속도와 양, 효율, 자기계발 요인을 찾아 스스로 감탄하는 것이고, 일상에서는 느림과 힐링, 여백, 휴식을 즐기는 것이다.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더 많은 경로를 통해 감각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입으로는 커피를 마시고, 코로는 향기를 맡고, 눈으로는 지나가는 다양한 사람을 구경하고, 귀로는 온갖 소리를 듣고, 뺨으로는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는다. 같은 시간 있더라도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경험이 풍부하다. 노천카페에서의 한 시간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의 서 너 시간에 해당한다. 그만큼 노천카페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이다. 감각 경험에 따른 시간의 상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즐거운 시간이 느리게 갈수록 더 행복을 느낀다. 그 때는 몰랐는데 내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육체적인 피곤을 무릅쓰고 도서관과 서점에 가족과 함께 간 이유일 것이다. 집에만 있다 보면 한 것도 없는데 주말이 금세 간다. 허무해진다. 반면에 감각 경험이 많다면 기억에 많은 것이 남게 되고, 지나간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된다.

따라서 결론은 간단하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일에서 반을 찾아라. 나머지 반은 일상에서 찾는다. 일상의 반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각 경험을 주는 곳으로 가라. 그것은 노천카페일 수도 있고, 야구장이나 축구장일 수도 있으며, 영화관일 수도 있고, 여행지일 수도 있다. 만약 집을 떠날 수 없다면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의자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베란다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어가며 커피를 마시면서 텔레비전을 보면 거실 소파에 누워 볼 때보다 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낄 것이다.

행복은 착각이다. 착각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강렬한 즐거운 감각 경험은 마치 시간이 멎는 듯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마찬가지로 소소하지만 여러 가지 즐거운 감각 경험은 시간이 느리게 가게 한다. 행복은 하루 중에 즐거운 시간이 얼마였는가로 측정된다는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가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즐거운 시간의 양이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즐거운 시간이 길었다고 착각하면 할수록 더욱 행복해진다. 그러한 착각은 감각 경험이 셀수록 많을수록 커진다.


이렇게 보면 오늘 목욕이 전혀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목욕 후에 말랑말랑해진 머리로 행복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얻는 방법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그렇게 찾아 헤매던 주제였다. 드디어 오늘 찾았다. 유레카!
박형종   2015-02-23 (월) 23:51   [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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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한 번 봐보세요.ㅎ
저번주에봤는데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에요^^

2015-02-26 17:54  
박형종
박형종 김주영   알겠어요~ 내 스타일의 영화 같네요^^
2015-02-26 21:04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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