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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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이의 나눗셈


김연아가 겨울왕국의 렛잇고를 부른 영상을 보았다. 겨울왕국이 진짜로 있다면 그 왕국의 여왕으로 누구보다도 잘 어울릴 사람은 바로 김연아일 것이다.

요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을 먹고 8시에는 가족이 함께 2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한 주씩 선생님을 번갈아 가며 하는데, 아내, 시원, 시훈, 나 차례로 한다. 아내부터 시작하여 한 바퀴 돌고 이번 주는 시원이가 선생님이다. 벌써 6주차인 셈이다. 시원이는 참 따라하기 힘든 선생님이다. 구령이 빨랐다가 느렸다가 제멋대로다.

스트레칭은 몸의 유연성을 길러줄 뿐만이 아니라 서로 어깨를 눌러주고, 다리를 잡아주는 등 가족이 함께 하면서 우의를 다질 수 있게 해준다. 비록 자기를 제외하고 학생이 3명뿐이지만 시원이와 시훈이도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구령을 붙이고 따라 하게하며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스트레칭이 끝나면 둘러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는 점도 좋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오늘은 시원이의 수학 숙제를 봐주었다. 며칠 전에 시원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한 쪽짜리 유인물에 세 자리수를 두 자리수로 나누는 문제가 20개 정도 있었다. 시원이는 아빠랑 수학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나는 왜 그것도 모르냐고 화를 내거나 핀잔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잔잔한 말로 조금만 도와준다. 그러면 자기가 알아서 잘 한다.

주어진 나눗셈과 나머지가 같은 나눗셈을 다섯 개의 보기 중에서 찾는 문제는 총 여섯 번의 나눗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끈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 시원이가 거실의 좌탁에 앉아 열심히 푸는 동안 그 뒤의 소파에 누워서 편하게 쉰다. 나는 집에서 할 일이 있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아이의 수학 문제를 돌봐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사실 그것은 일이라기보다는 달콤한 휴식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시원이보고 아빠랑 수학 숙제를 하라고 했을 때 나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간단한 수학 계산만 해도 충분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오히려 시원이가 나눗셈을 너무 빨리 끝내지 않기를 바라며 소파에 누워 빈둥거렸다. 시원이는 다섯 개의 보기까지 모두 계산하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연습장에 시원이가 연필로 굵게 기울여 쓴 계산을 훑어보았다. 다섯 개의 보기는 잘 계산했는데, 처음에 주어진 나눗셈이 틀렸군요. 이제 마지막 두 문제를 남겨 놓았다. 시원이는 며칠씩 미뤄놓았던 높은 산과 같았던 숙제의 끝이 보이는지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문제를 푼다. 이렇게 40분 정도의 나눗셈 숙제가 끝나고 나는 "잘 했어요!"하며 칭찬해주었다.

시훈이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끼고 지낸다. 잠자기 전에 서재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놓는 것 가지고는 통제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지난번에 떨어뜨려서 유리가 깨지고 보기에 불편하고 까칠한데도 열심히 그 표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다. 공부할 때도 책 위에 폰이 놓여 있다. 오늘은 저녁 먹고 자기 방에서 게임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래서 앞으로 저녁 9시부터 스마트폰을 맡겨 놓으라고 했더니 그제야 카카오톡에 있는 톡을 수신하지 않는 기능을 켜면서 저녁 8시부터 그렇게 하는 대신에 폰은 그대로 두기로 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물론 나는 시훈이가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더이상 압박하지 않고 이 정도에서 물러서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시훈이는 몇 달 동안 쓰던 갤럭시카메라를 어제 만원을 더 받고 그것을 팔았던 사람에게 다시 팔았다. 돈을 먼저 받고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물건을 보낸 모양이다. 최근에는 없는 용돈에 방송반 신입부원 환영 모임에서 과자 사는데 만 원을 쓰고 자금 부족 증세에 시달렸었다. 월요일 오후 4시 반. 날씨도 좋긴 했지만 우체국으로 달리는 자전거 페달이 어느 때보다도 경쾌했을 것이다.

사고파는 것을 참 수월하게 한다. 반면에 나는 사면 절대로 안파는 성격이다. 어떤 성격이 좋은지 시원이의 나눗셈과는 달리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오늘 저녁을 먹으며 시훈이는 물건을 판 돈으로 스마트폰을 살 지, RC카를 살 지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당분간은 자기 서랍에 들어 있는 두둑한 돈을 위안 삼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시원이는 그 돈을 보고는 오빠 돈 많다고 자기가 더 들떠서 엄마에게 달려가며 보고를 한다. "오빠는 수표도 있어!" 수표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오늘 우리 가족의 일상은 평이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평이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겨울왕국은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나는 아마도 그것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소파에 누워 아이의 작은 손끝에서 나눗셈이 계산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박형종 2014-04-08 (화) 23:43   ▷5653

프린트 글 번호 792 [폴더] 일상[219]   김태현
박시원   저수표아는데
2014-04-27 08:59  답글  
박시원   김연아가엘사같아요
2014-04-27 09:29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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