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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듣는 카드?

(2006.03.08)
 
"아빠, 요즘 카드들이 내 말을 잘 안듣는다."

방금 전에 잠자러 어서 들어오라는 엄마의 호령을 듣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내 방 책상 위에 놓여있던 유리왕 카드들을 황급히 들고 가다가 카드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것을 주으면서 시훈이가 한 말입니다.

재미있는 말이라고 잠시 나홀로 웃다가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산 것은 아닌가 반성이 되더군요. 아이는 부쩍 크는데 요즘 들어 책 한 권 읽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밤 9시 정도면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일을 할 생각으로 얼른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지요. 오늘도 시훈이의 그 말이 없었더라면 지금쯤은 이 글을 쓰는 대신에 다른 작업을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빠는 일곱살 난 아들에게 말 잘 안듣는 카드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놀아달라고 여러번 떼를 써야 조금 놀아주는 시늉만하니 말이죠. 오죽하면 지난 일요일 미용실에서 나란히 머리를 깍으면서 우리 아빠는 맨날 컴퓨터만 한다고 흉을 보았을까요.


이제 조금만 더 여유롭게..

그 날 아침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부러진 소나무 가지들을 몇 개 집으로 가져오며 시훈이가 나에게 내밀었던 향긋한 봄 솔잎 내음처럼..

어제 회식에서 늦게 9시쯤 들어왔는데도 '아빠다'하면서 안방에서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여 잠들기 전에 읽어주었던 미운오리새끼의 꽥꽥대는 소리처럼..

이 아름다운 시간들이 들려주는 신호에 귀기울이고 몸을 맡겨보고 싶네요.
박형종   2006-03-08 (수)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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